개성 강한 마스크. 배우 한예리(28)의 첫 인상이다.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을 연기한 모습을 보고 난 뒤 그의 연기를 더 믿게 만들었다. 주목할 배우, 한예리를 향한 찬사가 쏟아질 만하다.
연기 잘하는 배두나도 그에게 “나도 꽤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넌 어디서 왔니? 보통이 아니네. 너무 열심히 해서 예뻐”라고 해줬단다.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말을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가 있으랴. 하지만 한예리는 “예쁘지 않다는 말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마음은 계속 변하게 돼 있다”고 눈을 반짝인다.
‘코리아’에서 유순복이 너무 연기를 잘 해줬고 그 때문인지 한예리를 진짜 북한에서 건너온 배우가 아닌가라고 의심할 정도다. 한예리는 “이 영화를 위해 어느 정도 여성성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됐다”며 “온전히 북한에서 온 탁구선수가 돼야했는데 그렇게 가깝게 보인 건 칭찬 같다”고 만족해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코리아’의 촬영은 힘들었다. 한국마사회 탁구단의 현정화 감독의 고된 훈련 때문이었다.
“계속 연습을 하니 마찰력으로 운동화가 발에 밀리더라고요. 발이 짓무르고, 물집도 생기는 건 기본이었죠. 앉았다가 일어나서 공을 쳐내는 연습을 하니 허리와 골반은 틀어졌고요. 또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탁구채를 들어야 해서 어깨가 특히 아프더라고요. 이렇게 아팠을 때는 얼음찜질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파스를 붙여 화를 키우기도 했죠.”(웃음)
연습기간 동안 2만개 정도의 공을 쳤냐고 하니 “그거 보다 당연히 더 될 것”이라고 즉답한다. 세어 보진 않았겠지만 공이라면 진저리 칠 정도로 엄청나게 쳤던 것 같다.
한예리는 “여배우들 모두 한 번씩은 다 울었다”며 “연습한 게 될 때도 있는데 다음에는 또 안 되는 게 있더라. 속상하기도 하고 연습이 고되기도 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딱 생각한 것만큼 힘들었다고 위안한다. 또 중요한 이유는 “처음 영화에 합류했을 때 만날 순 없지만 유순복 선수에게 ‘이 역할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 영화를 볼지 모르는데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순복이 탁구를 치며 성장하는 부분이 연기를 하고 난 다음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지금 받은 평가들을 칭찬으로 잘 받아 두고 다음에 다른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 순복이를 잊을 수 있을 만큼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한 팀이 되는 게 금메달 따기보다 더 불가능했던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 탁구팀의 46일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하지원이 현정화, 배두나가 리분희 선수를 연기했다.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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