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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칼럼] 게임을 문화로 점령하자
오피니언 김종민 칼럼

[김종민 칼럼] 게임을 문화로 점령하자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와 전통은 미국, 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일천하고 빈약하다. 그러나 IT 기술과 장비생산의 비약적 발전과 초고속통신망의 광속적 전개에 힘입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단기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질적 발전을 이룩했고, 양적으로도 현대 문명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하게 팽창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류인 K-pop이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이 가장 국제적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지만 게임만큼 위력적인 한류는 없다. 2011년 음악과 영화의 수출은 둘을 합쳐서 5천만 달러 정도이나 게임수출은 22억 달러로 44배나 규모가 크다.

시장크기가 10조원에 육박하고 국민의 40% 정도가 즐길 만큼 덩치가 커진 게임은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성세대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젊은 세대에서는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게임 엑소더스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임이 시대적 담론의 꽃이 된지 오래이며, 사회적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사회적으로 강력범죄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선적 타깃으로 게임의 책임이 거론된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게임의 중요성과 위력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지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게임은 불과 10여 년 남짓한 사이에 젊은 세대의 대표적 생활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게임의 의과학적 기능, 사회적 역할, 장단점이나 문화적 접근과 소통에 관해 필요하고 충분한 노력과 투자가 이뤄져 왔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 결과 게임을 조건반사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 반복된다. 사회적 병리의 원천이 되는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은 재미나는 미디어에는 거의 다 들어 있는데, 게임이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적 지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빨리 산업논리에서 벗어나 문화논리로 게임이 재무장되어야 하는 소치이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2배나 많다. 우리 사회가 마녀 사냥하듯 몰이성적으로 나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게임을 문화적으로 세척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동안 게임은 높은 부가가치의 성장동력으로 이해되기는 했으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산업적 성과에 취해 기득권의 아날로그 문화와 치열한 다툼을 거쳐 디지털 문화로서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당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수출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만 교육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방치해온 대가는 심대하다. 학교폭력이 터질 때마다 게임은 무작정 문제의 원천으로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피규제의 동네북이 되고 리걸 포퓨리즘의 대표적 희생양이 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다고 정부가 정한 게임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 문화체육관광부는 선택적 셧다운, 교육과학부는 쿨링 오프라는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착한 게임에 3중의 통행금지가 선포돼도 수수방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곧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게임을 알고 즐기는 더 큰 게임세상이 열린다. 더 이상 게임은 사회적 종속변수나 수단이 아니다. 게임은 결코 교육이나 사회문제의 지청구가 아니다. 디지털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적 동력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게임의 위상이 높아져야 사회의 품격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 게임 맹(盲)이 적어질수록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게임은 우리 생활 깊숙이 존재하며 평생 함께 가는 반려자이다. 경제산업적 성취를 넘어 격에 맞는 문화의 옷을 제대로 입혀 게임의 지위와 위상을 높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담론과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데 앞장서도록 게임을 문화로 점령하는 일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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