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미국산 쇠고기에 한우도 ‘덜덜’

광우병에 소비 위축… 한우취급업소·농가도 타격 전국한우협회 “정부 안일한 대응 검역 중단” 촉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수입을 강행키로 하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축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업계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해 “오염된 사료에 의하지 않고도 발생할 수 있는 비정형 광우병이므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역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호주 등지의 수입 쇠고기는 물론 한우소비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축산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만 취급하는 성남 W 쇠고기전문점 업주 I씨(43)는 이날 “난감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맛있고,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라고 홍보하며 등심, 살치, 차돌박이 등 다양한 부위를 미국산으로 써왔는데 갑자기 광우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I씨는 “전체 쇠고기 사용량의 절반이 미국산이라 당장 취급을 중단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정부만 믿고 홍보했다 거짓말한 꼴이 돼버렸다”고 혀를 찼다.

 

한우 취급 업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수원 S 설렁탕은 ‘저희 업소에서는 100% 한우뼈만을 고집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광우병 발생 하루 만에 매출이 평소의 3분의 2로 급감했다.

 

업주 K씨(56·여)는 “광우병의 ‘광’ 자만 나와도, 쇠고기 자체를 안 먹으려 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 때문에 한우 취급점까지 피해를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축산농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양에서 한우 80마리를 사육하는 L씨(52)는 “미국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요가 한우로 옮겨오기보단, 아예 사라져 버린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한우협회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및 수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유완식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장은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축산농가의 생존에 대해 너무나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검역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은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와 관계없는 것으로,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며 “미국에 수입 전 철저한 안전조치를 요구하고,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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