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받으려면 ‘집주인 동의서’ 받아와라…
최근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마친 김모씨(38)는 집주인에게 동의를 받지 못해 시중은행권의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잔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업장을 변경하면서 수원으로 이사를 오게 된 김모씨는 1억원의 전세금 중 3천만원이 부족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당황했다.
김씨는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알아봤으나 금융권에서 대출 시 집주인의 동의 없이는 대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부족한 잔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말 구입한 신차를 처분할 계획이다.
이같이 서민 전세자금대출 시 집주인의 동의 요건을 없애라는 금융감독원의 주문에도 실제 대출을 집행하는 시중은행들이 ‘임대인 동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전세 난민들이 여전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3일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서민 전세자금대출 과정에서 임대인 동의서 제출 규정을 없애고 실제 임대차 계약 여부만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중은행에서는 구체적인 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임대인이 직접 은행을 방문할 필요는 없지만 집주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필요시 은행 직원이 전화 통화나 임대인의 집을 방문해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SC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전화로 확인하거나 임대인의 직장 등에 방문해 동의서를 받는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전세아파트 살고 있는 윤모씨(35·광명시)는 지난달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로 시중은행에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임대인이 동의해 주지 않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인근 다세대 주택으로 집을 옮겼다. 김모씨는 “법이 바뀌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집주인에게 통지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 집주인 동의 없이 대출을 해 주는 시중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자신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데 동의를 해주지 않는 집주인도 야속하지만 관행적으로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은행이 더 야속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대출로 인해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도 임차인에게 동의를 해주지 않아 마찰을 빚는 등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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