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담꾼’ 성석제가 어느 시골마을의 맹랑한 소동극을 들고 컴백했다. 9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소설 ‘위풍당당’(문학동네 刊)은 또 한번 성석제표 웃음코드로 안내한다.
소설은 어느 궁벽진 강마을의 사람들이 그 마을을 접수하러 간 전국구 조폭들과 일전을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골마을을 얕잡아보고 의기양양하게 쳐들어간 도시 조폭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만다. 그것뿐이 아니다. 조폭 무리를 기절초풍하게 만든 건 ‘고추 잿물 폭탄’과 10년 묵은 ‘분뇨폭탄’이었으니, 그야말로 조폭들은 육체적,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만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모든 공격 무기는 바로 ‘자연’에게서 얻은 것들이었고,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자연물’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조폭이라는 인위적인 ‘폭력’ 앞에 맞서 방어하는 무기가 ‘자연물’이라면, 그 자연으로 방어하고 그 자연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면, 성석제가 제시한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그건 ‘거대한 기계 괴물’이 ‘자연의 법도’ 앞에 굴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연의 주인은 자연에게 있다는 것. 자연은 그것을 해하려 하는 자를 스스로 공격한다는 말이 되겠다.
소설 페이지 곳곳마다 불가항력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성석제가 이끄는 위풍하고도 당당한 이야기의 경로를 따라다니면서 대책 없는 웃음이 터져나올 테고, 그 안에 매복된 헤아릴 수 없는 해학과 익살의 축제 속에서 그저 철저히 성석제표 웃음에 지배당할 것이다. 허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웃음 뒤에, 포복절도할 만큼의 웃음이 사라지고 난 뒤에, 그뒤에 전해질 가슴 찡한 눈물 한 방울 또한 우리들이 거스르지 못할 사실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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