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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탁 칼럼] 출산율 1의 재음미
오피니언 이영탁 칼럼

[이영탁 칼럼] 출산율 1의 재음미

얼마 전 나이 70이 넘은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최근에 마흔 몇 살 된 아들이 장가를 갔다고 한다.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은지 마구 자랑을 하고 싶었다. 마침 친구들 모임이 있어 이때구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선 차마 운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 아들 딸 결혼을 못시켜 안달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는 데 인색하다. 나이 서른다섯 이전에 결혼을 해주면 그런 효자 효녀가 없다고 할 정도다. 결혼을 잘못할 뿐 아니라 애기를 낳는 일도 잘하지 못한다. 늦게 낳는 건 물론이고 기껏해야 하나만 낳고 만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세계에서 제일 별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 요즘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1 가까이까지 떨어졌을까?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아기를 키우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 여러 모로 애로가 많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맞벌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애기를 더 낳는단 말인가.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과거 소득수준이 낮았던 때보다 소득이 높아진 요즘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아이를 낳고, 안 낳고 또는 몇을 낳고는 부부가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부모의 입장인가, 아기의 입장인가? 키우기 힘들고, 돈도 많이 들고, 어쩌고 하는 것은 전부 부모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아기의 입장에서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국가의 입장은 물론이고 아기의 입장에서도 외둥이로 크는 것이 좋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여기서도 부모의 ‘me first’적인 사고 즉 이기적인 판단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 나머지 ‘we first’ 적인 사고의 개입 여지가 적었다고 본다.

 

외둥이가 혼자서 주위의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그가 살아갈 미래 세상은 절대 순탄치 않다. 장차 외둥이는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불법과 비리에 당당히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험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혼자서 자라는 외둥이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형제자매가 함께 뒹굴며 서로 사랑하고, 돕고, 경쟁하고, 지지고, 볶고, 울고, 웃는 가운데 참고, 양보하는 인생살이의 지혜를 어디서 배운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장차 형, 누나를 비롯해서 삼촌, 숙모, 외삼촌, 외숙모, 이모, 고모, 사촌 등 정겨운 친척들이 전부 없어지는 게 아닌가.

 

미래는 평등한 세상이다. 이제 소수의 엘리트가 주도하는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히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는, 모두 잘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이들이 SNS를 이용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협업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미래에는 다른 분야 또는 다른 사람과의 융합, 통섭 또는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하다. 소중한 자식을 잘 키우자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어렵고 하도 이기적인 사고가 판을 치다 보니 우리네 자식 키우는 데까지 그렇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의 부모들이여! 사랑하는 자식의 입장에서 외둥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형제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애기가 장차 미래 세상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래 세상이 과연 바람직할지. 결국 아이 하나면 된다는 부모의 ‘me first’적인 입장이 애기 또는 국가사회의 견지에서 ‘we first’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동생을 두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前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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