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주년, 빛과 그림자] 동반자, 통(通)해야 산다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ㆍ동북아센터 연구위원

“경제는 뜨겁지만 정치는 냉랭하다(經熱政冷).”

경제분야의 교류협력은 활발하지만, 정치안보분야는 관계발전이 더디거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일(中日)관계 혹은 양안(兩岸: 중국-대만) 관계를 지칭하는데 주로 사용됐다.

 

그런데 올해로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관계 역시 경제통상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달성했으나 외교·안보적 마찰이 끊이지 않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08년 5월 한중 정상은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했다. ‘전략적’이란 양국이 상호관계뿐만 아니라 지역 혹은 글로벌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반자(?伴)’란 서로 같은 꿈(목표)을 갖고 함께 나아가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의미했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양국 외교·안보관계는 이미 냉랭한 수준을 뛰어넘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중 때 중국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는 표현, 2010년 3월 천안함사건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북한 편들기, 8월의 한미 서해합동군사훈련,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격, 2011년말 서해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그리고 2012년 2월의 탈북자 북송문제와 3월의 이어도 문제 등을 둘러싼 한중갈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출범 이후 對 중국 외교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올해 들어서도 첫 번째 해외순방국으로 중국을 선택했다. 같은 기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3차례나 한국을 방문했고, 2008년에는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외교적 업적도 성취했다.

 

그럼에도 왜 한중관계는 잦은 외교 마찰이 발생하고, 양국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양국관계 발전을 저해하고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구조적인 문제는 바로 ‘북한’ 변수다. 최근 발생한 한중 외교마찰의 대부분은 남북관계와 관련이 있다. 한국이 천안함과 연평도사건 발생 시 중국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점이나 최근 한중간의 탈북자 북송문제를 둘러싼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을 때는 한중관계 역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남북관계가 악화됐을 때는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어려움이 닥친다.

 

둘째는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조화 문제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에서는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과의 전략동맹관계와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미국패권의 상대적 하락이 갈수록 강화됨으로써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조화시켜야 하는 한국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을 방해하는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년을 맞이한 한중관계는 외교안보 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한중간에 내재된 상호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한미동맹이 결국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에게 한미동맹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내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안보기제라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소통채널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북한 변수가 한중관계에서 차지하는 민감성을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 역시 부재하다.

 

2008년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설정은 양국의 당시 협력 수준을 반영했다기보다 향후 발전시켜야 할 목표로서 제시된 측면이 강하다.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좀 더 내실화되기 위해서는 한중 양국의 ‘전략적 소통’, 즉 양국이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는 공식ㆍ비공식적인 대화채널을 통해 서로 통(通)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한중관계 경색 국면에서는 비정부행위자(언론, 시민사회, 지자체 등)간 소통을 통해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외교안보분야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한중관계를 지배해 온 ‘經熱政冷’상태를 ‘經熱政熱’구조로 바꿔야 할 때다.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ㆍ동북아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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