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 1인당 소지 카드가 평균 5장에 달하면서 지난해 전업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이 1조3천7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2%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급증하고 중국 내 카드결제 비중 역시 최근 10년 동안 2%에서 30% 수준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신용카드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시용카드사는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왕서방을 잡아라!
중국의 신용카드 시장은 경제성장과 주민소득 증가가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업계가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4일 중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중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는 2억6천800만장으로 2006년보다 5배 증가했다.
중국 내 인롄카드 결제액은 지난해 말 2천900조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어났다. 오는 2015년에는 4천700조원까지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해외 브랜드 카드사인 마스터카드 역시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25년 중국 신용카드 발급이 11억장, 신용카드 결제액은 2조5천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인구 중 55% 정도만 은행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여지가 아직 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 카드사들은 국내에 있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중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에게 카드 업무를 해왔다.
이 중 BC카드는 인롄카드와 제휴해 인롄 가맹점을 관리하고 한국 내 인롄의 매입 사업을 맡고 있다.
롯데카드는 최근 인롄카드와 손을 잡고 중국에 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제휴카드를 발급했다.
또 KB국민카드는 상반기 중에 중국계 은행인중국공상은행(ICBC)과 제휴한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국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용 체크카드 발급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외 카드업계의 중국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은 최근 해외 카드사에 대한 조건을 낮추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 현지에서 카드를 발급하려면 중국 은행과 공동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도록 규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외국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씨티그룹에 대한 자체 신용카드 발급을 승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중국 카드시장에도 선진화된 해외 카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의 카드 발급에 대해서도 추가 승인이 예상된다.
국내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영업규제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카드사들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은 세계 제1의 신용카드 사용국으로 떠오를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말했다.
■중국 신용카드시장 문 두드린 ‘신한카드’
중국은 자국 내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와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진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신한카드가 중국에서 자사 카드를 발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2일 중국 인롄(銀聯)주식회사와 상호 지급결제 사업 발전 등을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인롄은 2002년 인민은행 등 88개 은행의 공동출자로 설립됐으며 중국의 카드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과 지급결제 표준제정을 모두 맡는 중국 유일의 카드사다.
인롄이 한국 전업카드사의 중국 현지인 대상 신용카드 발급을 포함한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조인식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인력을 교류하기로 하는 한편 신한카드뿐만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이 중국 사업을 추진할 때도 협조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에서 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마지막 과정인 은행감독위원회(CBRC)의 최종 승인이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신한카드사와 인롄과의 제휴가 이뤄진 만큼 향후 신한카드는 중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고, 인롄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인롄이 중국 내 지불결제 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신한카드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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