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출하 중단? 그럼 우린 어떻게 하라고?”

거래처간 경쟁으로 가격급등 불가피…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

“구제역 여파로 떨어진 매출을 간신히 올렸는데 돼지 출하가 또 중단되면 우린 어떡하란 말입니까?”

 

삼겹살 무관세 수입에 반발한 양돈농가가 돼지 출하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L씨(43)의 축산물판매점.

 

돼지 해체 작업을 하던 L씨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양돈농가 돼지 출하 중단 뉴스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1주일에 돼지 10마리 분량을 판매하는 L씨는 당장 다음달 2일부터 돼지고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농장을 찾아가 거래처끼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40만~50만원선에 거래되던 돼지 한 마리 값은 순식간에 50% 이상 뛸 것이 불보듯 뻔하다.

 

L씨는 “수매가가 비싸면 손님들한테 판매되는 가격 역시 올라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다”며 “농민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돼지출하 중단이 정육점 운영자에게는 직격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바로 한 달여 전 경기지역에 축산물판매점 개업을 한 B씨(40)의 속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 정육점은 정보를 듣고 미리 사재기를 해 냉동창고에 돼지고기를 쌓아놓지만 B씨는 소규모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탓에 비축해 놓은 물량이 없는 것.

 

결국 돼지고기를 수급받지 못하게 될 경우 어쩔수 없이 수입 삼겹살 7만t 중 일부를 수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삼겹살이 금겹살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소비 성향이 위축, 구제역 파동 당시처럼 매출급감도 불보듯 뻔해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

 

B씨는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들이 지갑 문을 닫으면 일부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싸게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양돈농가, 정육업계를 거쳐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양돈협회 관계자는 “돼지를 제 때 출하하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져 가격 하락으로 농가도 피해를 본다”며 “출하 중단은 정부가 추진한 삼겹살 무관세 수입 연장을 반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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