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39)이 연기한 ‘충신’ 모가비 실장의 본심은 중반 이후 비로소 드러났다. 최근 끝난 SBS TV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후반부를 거의 책임진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 일종의 반전 드라마였다. 자신이 가진 욕망에 미치광이가 돼버린 모가비를 욕하기도 하고 연민으로 바라본 이들이 많다. 그의 힘이 더해져 시청률은 20%를 넘어섰고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킨 뒤 막을 내렸다.
김서형은 “사실 처음에 반전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뭔가를 할 인물인지는 알았지만 진시황 회장(이덕화)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르며, 허영심이 많아진 뒤 정신병자가 된다는 것은 중간에 대본을 받아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출생의 비밀이 있는 건 아닐까, 여치(정려원)의 언니 일수도 있겠지, 아니면 또 다른 비밀이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나중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편하게 던졌으면 또 다른 모습이 나왔을 텐테….”
그는 이런 변화가 있었다면 “솔직히 출연을 할까 말까 고민은 한 번 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악녀 신애리로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모가비가 다양한 심리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신애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뒤 여유로워졌다”며 “충분히 내가 갖고 놀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잠시지만 모가비는 그토록 원하던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 김서형의 최고의 자리는 어떤 위치일까.
“최고의 자리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다양한 역할들을 다 할 수 있는 게 최고의 자리겠죠? 그런데 최고의 자리라기보다 최고의 날이 뭔가를 생각해볼래요.
저는 만족을 잘 못하는 편인데, 그 날이 아직은 안 온 것 같다고 생각해요. 굳이 생각을 해본다면 대상을 받거나 해외 레드카펫을 밟아보는 게 배우로서 최고의 날이 아닐까요.”(웃음)
김서형은 이어 ‘아내의 유혹’ 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큰 것을 기대하면 그 뒤에 상처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작품, 어떤 것이든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죠. ‘아내의 유혹’은 지난 이야기지만 제가 구은재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역할로 캐스팅 됐었어요. 하지만 장서희씨가 3년 만에 하는 작품이었고, 많은 이야기들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갔겠죠. 저를 포기한 게 이해가 돼요.
‘난 왜 이럴까’라는 상처가 크다기보다 ‘그래, 두고 봐라’라는 오기가 생겼고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연기에 대해서 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배우는 인성과 열정,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는 것 같다”며 “연기를 공부하진 않았지만(그는 비서학과 출신이다) 남의 인생을 사는 만큼 여러 가지 패턴으로 끊임없이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김서형은 류승완 감독의 대작 프로젝트 ‘베를린’에 출연한다. 북한 대사관 직원을 맡은 그는 현재 북한말을 배우고 있다.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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