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신화]① 보청기 시장의 새바람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

착한 가격으로 입소문… 올해 40~50억 매출 부푼 꿈

자영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꿈꾸는 중년,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실버세대, 사업 실패를 딛고 재기를 노리는 사업가 등이 창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없는 예비 창업자들이 성공적으로 창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는 경제 불황속에서도 창업을 통해 성공 신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각 분야별 성공창업 노하우를 알리고자 한다.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창업에 성공한 창업자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전달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중학생 시절 철없던 ‘일진’에서 연매출 20억원대의 사회적기업 대표로 우뚝 선 청년 사업가 김정현 대표(27).

현재 부천 가톨릭대 4학년(경영학과)인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사회적기업 연구모임 ‘넥스터스’에서 활동하다 보청기 사업에 관십을 갖게됐다.

인도의 사회적기업인 아라빈드 안과병원이 롤모델이 됐다.

 

지난 1976년 설립된 아라빈드 병원은 최고의 안과전문의들이 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주면서 명성을 떨쳤고 부자 환자들이 앞다퉈 병원을 찾게 됐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연간 수입이 1천534만 달러에 영업이익만 680만 달러에 달한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 연구모임에서 경로당에 봉사활동을 다니다 귀가 잘들지 않는 노인들이 150~200만원을 호가하는 보청기를 구입하는 것을 보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청기를 제공하기 위해 보청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청기 지원 금액인 34만원에 제품의 가격을 맞춰 소외계층 등 형편이 어려운 수요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있다.

이같은 사실이 보청기 구매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 설립 첫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0억~5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 초기 자본은 김 대표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단돈 500만원에서 출발해 기관 투자 등을 받으며 5억원으로 불어났다.

 

딜라이트의 출발은 지난 2009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 지원금 2천만원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여러 사회적기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4월 중소기업청에 저가 보청기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시 보청기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세대 내 의료기기 연구센터가 파트너로 나섰다.

 

보청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첫 모델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다.

딜라이트는 지난해 3월 기술보증기금에서 사회적기업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같은해 6월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사회적기업 부설 기술연구소 설립 인증을 받기도 했다.

 

부천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딜라이트사의 임직원은 모두 20여명이다.

처음에는 보청기를 하청 생산했지만 벤처기업 지정 이후에는 직접 설비를 갖춰놓고 자체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으로 이윤을 얻겠다는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게 더 의미가 있고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인터뷰>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소비자 부담 낮춰 대기업과 경쟁도 자신있어요"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27)는 “젊은이들이 모두 창업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지금처럼 창업자에게 큰 부담을 지게 하는 구조에서는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뜻을 펼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창업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 “중학교 때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학업에 소홀했고 대학진학보다는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정신을 차리고 삼수 끝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역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파급되는 효과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인도 아라빈드 병원의 병원의 사례를 보고 ‘선의의 효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며 “65세 창각장애 인구 15만명 중 불과 7%만이 보청기를 사용한 현실에서 가난한 노인들에게 보청기를 우선으로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보청기 가격은 150만~200만원으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난청인에게 주는 보조금 34만원에 제품 가격을 맞췄다”며 “노인들 외에도 보청기가 필요한 난청인은 현재 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선의의 효과’에 따른 기업의 이윤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파격적인 가격에도 기존 보청기 업체와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유통구조와 판매특성상 보청기 가격에 거품이 많았다. 온라인 판매와 선주문 후제작 방식을 도입해 유통과 재고 비용을 줄였다”며 “특히 기존에 귀본을 뜨는 방식에서 탈피해 제품 표준화에 성공하면서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명분이 있어야 결국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에 주목했다”며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를 불과 15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인구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착한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대기업과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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