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에서 카페리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이 섬에 오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삼월의 훈풍이 발라드하게 온 몸을 적시는 뱃전에서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패러디 하며 겨우내 막혀있던 폐부를 연다.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가 이루어 놓은 빛나는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동대와 서대에서 어부사시사에 맞춰 춤추던 무희들의 모습이 마음속에 정연히 그려진다. 터널식 수입구가 있는 인공연못 회수담도 기품있고, 파란 마늘밭이 싱그러운 주변도 봄의 시 같은 서정적 풍경이다. 등산로는 온통 동백 숲, 푸른 바람이 동백꽂 향을 머금고 풍선처럼 내 안을 부풀린다. 전복에 쐐주 한잔이 그립다. 지국총어사와 지국총어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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