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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칼럼] 독서가 위기, 국가독서교육진흥청 필요하다
오피니언 문용린 칼럼

[문용린 칼럼] 독서가 위기, 국가독서교육진흥청 필요하다

문화관광부는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올 한해를 독서증진의 큰 계기로 삼고자하는 의욕을 보였다.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소기 한 그대로의 성과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왜냐하면 독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의 증가와 책 읽기의 참여는 곧 우리들의 삶의 총체적 품격의 진보와 관련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진화의 역사는 두뇌발달의 역사이며, 두뇌발달은 독서를 통한 상상력과 간접체험으로 활성화 되고 촉진된다. 그래서 책읽기 즉, 독서는 문명사회의 한 척도가 되어 왔으며, 한 개인의 교양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준거로 간주되어 온 것이다.

 

독서의 힘은 놀랍다. 특히 교양과 상식이라는 정신적 자산을 풍부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무이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교양과 상식의 심화와 확대는 개인의 내적 성찰을 깊게 해 줄 뿐만이 아니라, 역지사지하는 공감능력을 높여서 대화와 소통의 빈도와 질을 높여준다.

 

아울러 독서는 인격적 단련과 더불어 상생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신비스런 힘을 갖는다. 이 힘 때문에 독서는 개인의 문명을 위한 희망이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와 인류의 문명을 위한 희망이기도하다. 독서는 현재의 우리를 희망의 미래로 연결 시켜주는 밧줄과 같다.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5천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견디어 왔고, 현재와 같은 번영을 구가하는 것도 항상 책읽기를 가치롭게 여기고, 책읽기에 전념하여 교양과 상식을 겸비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읽기는 우리의 귀한 문화정신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우리 한국인들 내면에 흐르는 정신적 가치와 삶의 이상은 ‘책 읽는 선비들’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우리의 이런 귀한 ‘책읽는 선비 정신’이 서서히 시들어 부끄러운 형편에 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독서율은 66.8%(10명 중 6.7명)로 EU 평균 독서율(71%)보다 4.2%나 낮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에서 3.3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안 읽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올해 독서의 해의 기본 철학은 책 읽는 선비들의 정신을 회복하고 활성화하는 일로 요약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 곳곳의, 서당에서 사랑방에서 향교에서 사찰에선 글과 경 읽는 소리가 낭랑했었다. 이제 다시금 우리나라 방방곳곳에서 책 읽는 소리가 다시금 낭랑하게 울려 퍼지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정부가 평생교육을 강조하면서 엄청난 노력과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책읽기 이상의 평생교육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독서진흥에 대한 국가적 관심의 열기는 그래도 여전히 너무 낮다. 독서진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2 독서의 해 운동은 독서진흥을 국가의 평생교육정책의 핵심내용으로 진작 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 되어야 한다.

 

‘국가독서교육진흥청’ 정도는 하나 세워서 국민들의 독서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과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농업이 처한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서 농업진흥청을 세웠던 것처럼, 약화되어가는 책읽는 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국가가 어려워진다는 위기감과 절박감을 가지고 독서교육진흥청을 만들어야 한다. 독서 전문가를 모으고, 국가 내 모든 도서관과 출판계, 그리고 독서동아리를 유기적으로 연계 시켜서 방방곳곳에서 어린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의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에 문화관광부가 ‘2012 독서의 해’를 선포해서 범국민적 독서운동을 펼치게 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내년부터가 걱정이다. 내년은 독서의 해가 아니니, 그나마의 관심도 이제 사라질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을 독서의 해로 간주하고, 끊임없이 독서운동을 전개할 주체가 상설로 필요하다. 국가독서교육진흥청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용린 서울대교수·前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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