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시행됐지만 대부분 “못들어”…“몇천원짜리 팔면서 발행이 웬말” 불만
“전화로 현금영수증 발급이 된다고요? 장사하기도 힘든데 언제 그걸 하고 있습니까?”
꽃샘추위로 손님이 줄어든 14일 오후 수원 못골시장.
건어물을 파는 신모씨(57)는 ARS 현금영수증 발급 시스템인 ‘126’에 대해 의아해했다.
지난 12일부터 일반전화로 126번을 통해 신용카드 단말기가 없는 사업장에서도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해졌지만 박씨는 이같은 소식을 전해받지 못해 휴대폰으로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반문을 해왔다.
신씨는 “공지사항은 번영회를 통해 전달되는데 듣도 보도 못했다”며 “몇천원대 물건을 팔면서 입에 풀칠하는데 전화로까지 현금영수증을 해주면 우리는 도대체 뭘 먹고 사느냐”고 말했다.
채소 장사를 하는 박모씨(53ㆍ여)는 126을 이용한 현금영수증 발급에 언성부터 높였다.
현금영수증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박씨는 3년 전 사업자등록을 한 뒤 현금영수증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아 두 차례에 걸쳐 벌금 60만원을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126 현금영수증 발급 시스템은 판매자가 사업자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나이 먹은 상인들이 하기에는 복잡하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매상이 줄어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쉬운 시점에 사업자등록증을 찾아 번호를 누르려면 손님 잃기 쉽상이라는 것도 126을 반대하는 이유다.
25년간 지동시장을 지켜온 박씨는 “노점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에게 사업자등록을 하라고 떠밀 때는 언제고 126까지 만들어 두 번 죽이냐”며 “매달 현금영수증단말기 대여비가 1만1천원씩 꼬박꼬박 나가는데 ARS가 무슨 소용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ARS 시스템은 개발했지만 재래시장 상인이나 소비자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다음주 번영회를 통해 전달하고 4~5월 전국 재래시장을 방문해 사용방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전통시장에서 발급받은 현금영수증에 대해 소득공제가 확대됨에 따라 지난 12일 일반전화로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자동응답시스템인(ARS) ‘국번없이 126’을 개통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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