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꽃피워준 스승… 평창을 향한 희망질주
훌륭한 ‘스포츠 선수’는 결코 선수 개인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 ‘재능’을 화려하게 꽃피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스승’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그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내 줄 ‘스승’을 만나지 못한다면, 제대로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한 채 사그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93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4관왕에 빛나는 배민주(14· 평택 세교중)는 참으로 ‘운’ 좋은 케이스다.
자신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챈 뒤 그 재능이 묻히지 않도록 바른길로 이끌어주고, 또 열과 성을 다해 지도까지 해주고 있는 ‘스승’을 만났기 때문이다.
감독·코치가 나서 묻힐뻔한 재능 이끌어 동계체전 등 각종 대회 우승한
‘천하무적’ 평창서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메달 기대
배민주가 처음으로 스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전남에서 유일하게 스키부가 있는 학교로 알려진 화순초등학교 4학년에 다닐 때다.
어렸을 적부터 달리기 등 각종 운동에 소질을 보였던 배민주는 선생님들의 권유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교 스키부에 들어가게 됐고, 스키화를 신은 지 1달 만에 전국 초등부 크로스컨트리 스키대회에서 우승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계스포츠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그중에서도 ‘불모지’로 꼽히는 전남은 배민주의 천부적인 재능을 피워줄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스키부가 있는 중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탓에 먼 지역으로 전학하지 않고는 스키를 그만둬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던 것이다. 때문에 배민주는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천부적인 재능을 뒤로 한 채 스키화를 벗어야 했다.
하지만 배민주는 ‘재능’ 뿐 아니라 ‘스승 복’도 타고난 선수였다.
배민주의 타고 난 재능을 눈여겨봐 왔던 세교중학교의 김남영 감독과 임의규 코치는 평택에서 전남 화순까지 수차례씩 찾아와 배민주와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배민주는 스키화를 벗은 지 6개월 만에 평택 세교중학교로 전학하며 다시 스키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타고난 재능에 좋은 스승까지 만난 배민주의 무한질주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배민주는 전국동계체육대회 등을 비롯한 각종 크로스컨트리 대회우승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회장배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도 4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중등부’ 최강으로 자리 매김했다. 올 시즌 열리는 모든 대회 출전 종목에서 모두 우승할 정도니 ‘천하무적’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18년, 선수로서 기량이 가장 물이 오르는 21세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는 만큼,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한국의 사상 메달을 안겨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남영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와 타고난 지구력을 두루 갖춘 선수”라며 “스피드를 보완하고 국제 경험을 많이 쌓아나간다면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을 빛낼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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