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돌 모으는 의정부시 주택과장 임해명씨
“원하는 돌 하나를 찾으려면 1천여개의 돌을 뒤집어 봐야 합니다.”
30년을 돌과 생활하면서 돌과 함께 대화를 하고 사랑을 나누며, 돌에 미쳐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안 다닌 곳이 없고 한점 두점 모은 돌이 무려 1천200여점에 이를 정도로 돌을 사랑하는 ‘돌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의정부시 주택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해명씨(55).
30년 전인 1982년 연천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수려한 한탄강의 경치와 윤기가 나고 경도가 높은 돌의 매력에 빠진 임 과장은 이후 평생을 돌사랑에 빠져 지내게 됐다.
주말에 틈만 나면 한탄강을 누비고 다녔고 출입금지 지역인 재인폭포 밑에까지 들어갔다가 혼쭐이 난 경험도 있다.
결혼 뒤에는 돌 수집을 탐탁해하지 않던 아내와 딸까지 데리고 다니며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지금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해석을 찾아 바닷가를 다닌다.
이런 임 과장의 돌 사랑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한강 오석에 반해 수몰되기 전 충북 단양을 자주 찾을 때는 돌담에 모양 좋은 돌이 있어 담을 사서 돌을 빼내고 다시 담을 쌓아준 일까지 있었고,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모양 좋은 산석을 발견해 배낭에 넣어 가지고 오면서 진땀을 흘린 적도 있다.
이렇게 한점 두점 모은 돌이 1천200여점에 달해 88올림픽과 부산 아시안게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수석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대부분 크기가 30cm 미만의 축경석(경치나 경관 등을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돌)이다.
임 과장이 모은 돌 하나하나는 이야깃거리가 있고 이름이 있다.
그래서 그는 집에 돌아가면 아파트 한방 3면 석대에 자리잡은 돌들과 대화를 나눈다.
“기름으로 닦아줘야 돌의 본래 색을 볼 수 있습니다. 닦아주면서 이야기를 하죠. 일상을 말하고 그돌에 담겨 있는 추억, 사연 등도 떠 올립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정이 들고 돌의 소리도 들립니다.”
그는 돌방에서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잊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다듬는다고 말한다.
건축직으로 일해오면서 그동안 적지 않은 선배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고 나가는 것을 목격한 그는 수석에 미치고 돌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돌이 전하는 메세지를 체득했다고 한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와 ‘열심히 우직하게 살라’는 임 과장의 언행은 수천년 물살을 견디며 다져진 남한강 오석을 닮아 있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5352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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