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태백산

설도 대보름도 지나고 호젓한 날, 도화지처럼 흰 눈 덮인 태백산을 찾았다.

 

빈 도화지에 무얼 그릴까? 올 해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나이가 늘면서 모든 것이 조급해진다. 부지런히 남은 일들을 정리하고 흉 없이 마무리해야할텐데. 시간은 수증기처럼 절로 증발한다. 이렇게 많은 타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산을 찾았을까?

 

사람들로 등산로가 메워졌으나 시간은 조금씩 길을 열어 천제단에 설수 있었다. 백두대간 고봉들이 경쟁하듯 어깨를 곧추세우고 있다.

 

함백산, 두타산, 매봉산, 나는 더 멋진 설경을 보려 문수봉을 거친 후 천천히 하산했다. 눈 축제장과 그로테스크한 석탄박물관을 보고 구수한 시래기 국에 무쇠 솥 보리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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