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기름값’ 한파가 무서운 화훼농가들

불타는 기름값… 속 타는 화훼농가

남는것 없는데… “화훼 유통구조 개선 절실히 필요”

“꽃값은 그대로인데 기름값은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오릅니다. 올 겨울 한파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들어 속이 타들어 갑니다”

 

55년만에 추위가 몰아닥친 3일 오전 과천시 과천동 한모씨(48)의 화훼농가.

 

한씨는 수은주가 영하 17도까지 떨어지자 고온식물인 해피트리가 얼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한시간에 한번씩 시설 하우스를 둘러보고 보일러 점검을 하고 있었다.

 

해피트리 재배 적정온도인 18도 수준을 맞추기 위해 1천983㎡에 난방을 하고 있지만 최근 면세유값이 1천300원대로 오르면서 한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이대로라면 6개월 동안 기름값으로만 3천여만원이 나가기 때문이다. 면세유 가격이 올라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히터난방기 설치도 고려 중이지만 5년째 1천원에 머무르고 있는 해피트리 출하 가격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화분, 살충제, 피토머스(흙) 등이 지난해 환율 급등 영향으로 가격이 10~20% 인상되고 서울 양재, 용인 남사 화훼 판매장의 유통 수수료마저 10%가 올라 해피트리를 키워서는 마진을 남길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씨는 991㎡ 규모에 영하 5도에서도 견뎌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는 운관초를 키워 해피트리 재배 비용을 충당하고 있었다.

 

30년 동안 화훼일을 해 온 한씨는 “아버지한테 가업으로 물려받아 남는 게 없어도 이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기름값 등이 오르는만큼 꽃값이 인상돼 먹고 사는 걱정이라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섭 한국화훼협회 경기도지회장은 “화훼농가가 한파와 재배비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정부는 면세유 값을 올리면서 농민을 상대로 기름 장사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살 수 있도록 면세유 가격 안정과 화훼 유통구조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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