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 핀 장미, 그녀의 질주엔 향기가 가득

한국 女 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장미’ 평창서 활약 기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처음으로 개최한 ‘2012 인스브루크 유스(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2관왕’을 차지하면서, 이상화의 대를 이을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장미(16·의정부여고 1)를 만났다.

 

지난 26일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만난 장미는 앙증맞은 바가지 머리와 새까만 눈동자, 살짝 패인 보조개가 앳되고 귀여운 ‘천상 여고생’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막창’과 ‘아이유’를 좋아한다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맑고 순진한 모습.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이내 진지해지는 ‘눈빛’과 171cm의 당당한 ‘체구’, 근육으로 똘똘 뭉친 튼실한 ‘꿀벅지’에서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다운 ‘당당함’이 뿜어져 나왔다.

 

“목표한 것은 꼭 해내고 마는 ‘악바리’ 같은 승부 근성과 힘든 훈련을 밝은 웃음으로 이겨내는 ‘의젓함’이 있는 친구입니다. 여기에 타고난 체격 조건과 성실함까지 두루 갖춘 만큼 꾸준히 ‘순발력’을 보강해나간다면 이상화 같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미의 훈련을 지도하던 김용수(25) 코치는 장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장미가 지난 14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유스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명장’ 김용수 코치 훈련 지도로 유스동계올림픽 500m·1500m ‘석권’

타고난 체력 ‘악바리’ 근성까지 갖춰 장·단거리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지난해 여름부터 생긴 ‘우측 복사뼈 염증’이 심해지면서 스케이트를 신기조차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것.

 

1천m 이상을 달려야 하는 ‘중·장거리’가 주 종목인 장미에게 있어 이 같은 복사뼈 염증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학생종별선수권대회 전종목 석권’과 ‘전국체육대회 3관왕’을 달성하는 등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었던 터라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장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을 지도한 바 있는 ‘명장’ 김용수 코치의 지도에 따라 주종목인 장거리 대신 단거리를 집중 훈련하기 시작했고, 그 작전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중·장거리로 단련된 지구력에 순발력까지 더해지면서 500m와 1500m 두 종목의 패권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번 우승을 통해 단거리에서의 ‘무한’ 가능성을 발견한 장미는 앞으로 순발력 훈련에 더욱 집중, 아예 단거리 선수로 전향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장미의 승부 근성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김용수 코치는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갖춘 선수가 바로 장미”라며 “통증이 상당했을 텐데 그 고통을 이겨내고 2관왕에 오른 장미가 너무도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장미는 “상화 언니와 비교하면 순발력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부족하다”면서 “하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상화 언니보다 더 큰 신장을 갖고있는 등 장점도 있는 만큼 열심히 훈련하면 상화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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