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동네-중계동 백사마을

매서운 추위가 칼바람을 대동한 설날 오후,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조악한 집들이 얼기설기 애환의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골목길엔 양철 굴뚝으로 새어나오는 연탄가스가 메케하게 폐부로 스며들었다.

 

수많은 목숨을 채어간 가스지만 밥 짓고, 세숫물 데우고, 아랫목 달궈준 연탄불이었다. 떼떼 옷 입은 아이들이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가는 언덕길은 가난해도 좋은 정겨움이다.

 

백사마을은 청계천 개발 때 철거된 이주민들이라고 한다. 고 육영수 여사로부터 국수를 배급받아 먹던 서러운 이들이 이제 또 재개발이란 미명에 떠나야 한다.

 

그들에게 이곳은 아쉬운 상실일까, 그리운 추억일까, 새로운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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