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세상, 자기 몸 지키는 최고의 호신무술
한국의 전통 민속무예인 ‘택견’은 지난해 11월, 세계 무술 중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택견이 중국의 무술‘우슈’를 제치고,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인류무형유산’으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택견이 타 무술과는 다른‘평화적’, ‘호혜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견은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타 무술과는 달리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저 물 흐르 듯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상대를 제압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을 추구할 뿐이다.
■ 강한 실전력을 가진 무예
‘살상’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겉보기 역시 부드러워 보인다고 해서 그 위력 또한 약한 것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택견은 그 어느 무술보다 강한 실전력을 지닌 무술이다.
특히 강한 완력이나 고도의 기술 연마 없이도 손쉽게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호신용 무술’로 그저그만이다.
“다른 무술의 호신술을 연구해 본 적이 있지만 자신보다 힘이 훨씬 강한 상대에게 활용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택견의 경우 기본동작만 잘 활용하면 여성 등 힘이 약한 사람도 충분히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어 학교 폭력이나 성폭력 예방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 19일 용인시 구갈동에 있는 용인기흥 택견수련관서 만난 박희준 관장은 택견의 실전 활용도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 속 상대 뼈 부러뜨릴 만한 강력함
“기본적인 동작만 잘 활용하면 여성·아동도 범죄예방에 효과”
다이어트에 좋은 으뜸 생활체육
■ 강력한 호신용 기술 ‘저기기(저기치기)’
간단한 기본 동작부터 익혀보자는 박 관장의 권유에도 불구, 다짜고짜 가장 활용도 높은 호신술 한 가지만 보여달라고 졸라봤다.
그러자 박 관장은 택견의 기본동작 중 하나인 ‘저기기(저기치기)’를 소개했다. 연장을 이용해 나무의 가지를 툭툭 끊어내는 동작에서 유래한 ‘저기기’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기술로 활용되는 택견의 기본동작이다. 제기를 차듯이 다리를 들어 상대의 뒷무릎을 걸어 넘어뜨리는 형태의 기술로 씨름의 덧걸이와 비슷한데 몸의 반동과 손으로 떠미는 동작을 더하면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상대를 꼬꾸라뜨릴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하다.
‘저기기’는 여성들의‘호신술’로 좋은‘저기치기’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저기치기를 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제기를 차듯 옆으로 다리를 들어 뒷꿈치로 다가오는 상대의 허벅다리 부위를 가격하면 되는데 서 있을 때 뿐 아니라 누워있을 때도 사용이 가능한 만큼 여성들의 성폭력 예방용 호신술로 안성맞춤이다.
제기를 차는 듯한 발차기가 무슨 위력이 있겠냐 하겠지만 직접 맞아보지 않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종합 격투기에서 주로 사용되는‘로우킥’의 표적이 되는 허벅지 부위를 뒷꿈치로 찍히면 그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오죽하면 다리 뼈가 부러질 수 있다는 이유로 택견 대련에서 사용이 금지될 정도다.
■ 체형교정과 다이어트에 좋은 웰빙운동
택견은 ‘실전력 있는 호신용 무예’일 뿐 아니라 현대인의 건강에 더 없이 좋은 ‘웰빙운동’이기도 하다. 좌우 근육과 관절을 모두 사용하는 택견은 구부러진 체형을 교정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때문에 무릎, 허리 등 각종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더 없이 좋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에어로빅, 자전거타기 등 보다 10 분당 칼로리 소모량이 더 많아 다이어트에도 그저 그만이다.
박희준 경기도택견연합회 사무국장은 “택견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민족 고유의 문화 유산’일 뿐 아니라 ‘강한 실전력을 가진 호신술’과 ‘현대인들의 웰빙운동’으로도 가치가 높은 생활체육”이라며 “보다 많은 이들이 택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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