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기름값에 새까맣게 타는 고향길

서민들 차례상 차리기도 빠듯… 부모 역귀성 늘어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모씨(41)는 이번 설 명절이 그리 달갑지 않다.

 

고향인 포항까지 내려가려면 기름값이 만만치가 않은데 최근 휘발유값이 고공 상승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포함하면 20여만원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남씨는 고민 끝에 70대 노부모에게 기름값의 절반인 10만원을 보내드리고 안산으로 역귀성을 부탁했다.

 

이처럼 기름값 걱정에 고향길을 포기한 채 부모에게 역귀성을 요구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즐거운 명절이 ‘두려운 명절’로 바뀌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도내 평균 휘발유는ℓ당 1천977.5원, 경유는 ℓ당 1821.03원으로 서울, 제주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도내에서는 하남시가 2천040.66원으로 휘발유값이 가장 비쌌고 남양주시(1천944.15)가 가장 저렴했다. 경유값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과천시(1천890.80원), 가장 낮은 지역은 동두천시(1천774.56원)로 두 지역의 경유 가격 차이는ℓ당 116원에 달했다. 이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라 미국이 대 이란 제재 강도를 높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연휴가 시작되는 22일부터 도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각각 1천993원, 1천833원 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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