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한 영어도서관 운영권 ‘떠넘기기’

시교육청-서구 ‘위탁운영’ 운영비 싸고 이견… 설계용역 중단

인천시교육청과 서구가 기업이 기부채납키로 한 공공도서관의 운영권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4일 시교육청과 서구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북항 개발 이익으로 42억여 원을 들여 가좌동 현 서구도서관(교육청 운영) 부지에 영어도서관(가칭)을 건립, 구에 기부한다.

 

구는 서구도서관 주변에 초·중·고교가 밀집돼 있어 접근성이 좋고 외국어 교육특구로 지정된 서구지역에 영어 특화도서관이 들어서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도서관을 기부채납 받은 뒤 인천시교육청에 무상 위탁하려던 방침이 삐걱거리면서 설계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구는 영어도서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시교육청이 위탁운영해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도서관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는 교육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구는 지방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정해지지 않은 교육경비는 지원할 근거가 없어 구에서 시교육청으로 예산 전출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시교육청은 2개의 도서관을 한 곳에서 운영하는 데는 공감하나 운영비 보조 없이는 영어도서관을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시로부터 3개 공공도서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연간 18억 원을 보조받는 점을 들어 서구 역시 영어도서관 운영비(연간 1억 원 추정)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양 기관은 낙후된 도서관 인프라를 고려해 자칫 운영권을 서로 떠넘길 경우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 조만간 양 기관장이 만나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서구 관계자는 “서구도서관이 교육청 산하로 운영되고 있고 영어도서관도 같은 부지에 들어서는 만큼 시민들의 이용 편의 차원에서 교육청이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기존 서구도서관 운영비를 증액·편성해 영어도서관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혜숙기자 ph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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