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띠해, 용 구경 가볼까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동해를 지키고자 했다. 조선시대 때는 새해가 되면 궁궐이나 민가의 문에 용 그림을 그려 붙였다. 용의 신령스러운 힘으로 악귀를 물리치겠다는 뜻이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봉황·기린·거북과 함께 상서로운 사령(四靈)의 하나로 꼽힌다.
임진(壬辰)년 용의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온다는 흑룡띠다.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에서 제13회 띠 동물전 ‘용, 꿈을 꾸다!’가 열리고 있다.
여러 동물의 장점을 뽑아 그 모습을 만든 만큼 용의 능력은 동물 중 으뜸이라 봤다. 그래서 용은 천자(天子)나 왕을 상징했다. 왕의 집무복인 곤룡포는 용을 새긴 보로 장식하고 왕의 의자 등 집기에 용 장식이 많은 까닭이다. 용 그림은 지금도 몸값이 높다.
우리나라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은 지난해 3월 18억원에 팔린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가 세웠다. 이번 전시에도 ‘백자청화운룡문대호’가 한 점 나온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던 용 문양은 차츰 민간에게도 퍼져 나간다. 민간의 가구나 옷감에도 용문양을 쓰는 경우가 생긴 것.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처럼, 용은 신분 상승의 상징물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잉어가 중국 황하 상류에 있는 가장 물살이 센 ‘용문’을 거슬러 올라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을 표현한 유물과 이 전설을 문자로 옮긴 문자도 ‘충(忠)’, 잉어가 뛰어 오르는 모습을 그린 ‘약리도(躍鯉圖)’가 전시됐다.
민속에서 용은 물의 신이다. 비를 내리게 하며, 바다를 관장하고, 물로써 불을 끄는 존재다. 또한 비를 관장하는 신이기에 농사를 관장했다.
전시에는 서울시 문화재자료인 농업박물관 소장 대형 농기를 비롯해 무신도의 용왕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 특별한 용을 만날 수 있다. 노원중학교와 백운중학교 특수학급 아이들 18명의 공동작품 ‘우리들의 용꿈’이 제작과정을 담은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천진기 관장은 “‘용(龍)’은 띠 동물로서의 ‘용’을 의미하며, ‘꿈’은 미래, 희망, 나가서 희망찬 새해를 의미한다”며 “또 이 두 자를 붙여서 소리 내어 읽으면 ‘용꿈’이 되는데, ‘용꿈’을 꾼 것처럼 뭔가 좋은 일로 가득 찬 2012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용과 관련된 유물 총 85점을 만나볼 수 있으며, 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2)3704-3173
글_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사진_국립민속박물관
사진설명
용1
문자도 ‘충(忠)’, 조선시대에 중요시 했던 여덟 덕목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을 각기 상징물과 함께 그린 문자도 가운데 충(忠)
용2
약리도(躍鯉圖), 등용문(登龍門)고사를 표현한 그림이다. 중국 황하(黃河)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에 매우 물살이 센 여울이 있어 여간해서는 여기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오르기만 하면 물고기는 용으로 변한다’는 전설이 있어,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입신출세 하게 되는 것’을 ‘용문에 오르다(登龍門)’고 했다
용3
대모이층농, 표면 전체에 황칠을 하고 대모로 봉황, 용 등을 장식한 이층농이다. 일·이층의 중심에는 팔괘문이 장식돼 있으며, 다리의 양 측면에 박쥐문이 투각 장식돼 있다
용4
김제 신풍농기, 1957년, 서울시 문화재43-4호 전북 김제시 신풍동 편강마을에서 두레를 할 때 사용한 농기이다. 제작시기, 제작 관계자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용6
태조왕후옥보(太祖王后玉寶), 대한제국 선포와 동시에 태조와 태조왕비를 황제와 황후로 추존하면서 제작한 태조왕후의 옥보이다
용7
‘등용문(登龍門)’ 고사의 내용을 투각하여 장식한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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