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민은 오랜 세월 동안 외침의 수난 속에서 신음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전통을 지켜 온 생명력이 강한 국민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가 낳은 4대 위인을 들라면 쇼팽, 퀴리부인, 교황 바오로 2세 그리고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코페르니쿠스는 천동설을 지지하던 당시의 종교, 과학계에 일대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지동설을 제창하여 소위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일대 전환을 이룩했던 인물이다.
#들판이 많은 나라…수도 바르샤바의 매력
폴란드라는 이름은 ‘폴란’이라는 슬라브 계통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폴란’은 들판이라는 뜻인데 이것이 국명으로까지 된 것은 그 만큼 폴란드에 들판이 많아서다. 나라 크기는 한반도의 1.3배로 동유럽 국가 중 가장 크다. 구소련의 붕괴 후 1989년부터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고 경제개발을 통한 국가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바르샤바는 폴란드의 수도로 이 나라 정치·경제· 문화·관광·교통의 중심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는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지만, 지금은 중세 시대 유적과 유물이 잘 복원돼 옛 모습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198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구시가지는 바르샤바의 젖줄인 비스와 강의 왼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잠코비 광장은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왕궁을 비롯해 카페, 기념품점, 교회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광장 중앙에는 1664년 세워진 높이 22m의 지그문트 3세 기념비가 서 있다. 인어 동상은 양손에 칼과 방패를 든 모습을 한 여신상이다. 바르샤바 저항의 역사를 나타내는 이 동상은 바르샤바의 상징물이다.
왕궁은 1526년부터 폴란드 왕족들이 살았던 곳이다. 폴란드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포니아토프스키는 왕궁을 아름답게 꾸몄다. 그는 매주 왕국의 학자와 예술가들에게 만찬을 베풀었다. 1918년 독립국가가 된 이후 왕궁은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왕궁 광장에서 오른쪽에 있는 역사박물관 옆길로 걸어가면 16세기의 요새인 붉은 벽돌로 된 바르바칸 성벽을 만난다. 1548년에 시가지를 보호하기 위해 1.2km 길이로 세워졌던 성벽이다. 이곳을 지나면 신시가 광장이 나온다.
바르샤바 반란박물관은 나치 독일에 대항한 바르샤바 시민들의 봉기를 기념해 세워졌다. 내부에는 봉기군의 전투 모습과 나치 독일 군대의 진압 모습 등이 전시돼 있다.
샤스키 공원의 승리 광장 쪽에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은 전사자 무덤이 있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1939년 나치 기동군단의 기습적인 침략에 맞서 산화한, 폴란드 기병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묘에는 돌비석처럼 총검을 쥔 두 명의 보초가 화로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지키고 있다.
게토 기념광장은 신시가지 서쪽에 자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국내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태인들이 살고 있었다. 1939년, 폴란드를 침입한 나치는 1940년 11월 바르샤바의 북부 지역에 큰 담을 쌓고 그곳에 유태인을 분리시켜 집단 거주하는 게토를 만들었다.
10만 명 정도가 정원인 이 지역에 50만 명이 넘는 유태인을 집단 이주시키는 바람에 식량 부족과 각종 전염병이 게토 지역을 휩쓸었다. 나치는 나중에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새로운 유태인 거주 지역으로 이들을 이주시킨다는 거짓 속임수를 써서 인근의 트레블링카와 오시비엥침으로 이곳 유태인들을 실어 나른 뒤 가스실에서 학살을 자행했던 것이다.
#‘피아노 시인’ 음악가 쇼팽
폴란드인들에게 춤과 음악은 생활과 완전히 밀착돼 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작곡가 쇼팽을 배출한 이 나라는, 쇼팽이 폴란드를 위해 작곡했다는 ‘마주르카’라는 음악을 들으며 곧잘 눈물에 젖는다. 그들은 마주르카가 가장 폴란드적인 음악으로, 어느 작곡가도 이처럼 완벽하게 폴란드를 표현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1830년 쇼팽은 프랑스 연주 여행 중 러시아의 침공으로 바르샤바가 함락 당했다는 비보를 듣고 결국 망명의 길을 택해야만 했다.
바르샤바 대학과 마주보고 있는 길 건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메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이 있는 성십자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말 이른바 63일간의 바르샤바 반란 때 가장 큰 격전이 벌어진 장소로 유명하다. 또한 쇼팽이 젊어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던 곳으로 교회의 기둥에 쇼팽의 심장이 안치되어 있어 유명해졌다.
쇼팽박물관은 전쟁 때 파괴되었던 옛 성을 복원해 쇼팽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11개의 테마로 이뤄진 방에선 다채로운 쇼팽의 삶을 말해준다. 1~2층에서는 리스트로부터 선물 받은 피아노와 부모로부터 받은 금시계, 자필 편지와 악보 등이 전시돼 있다.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어 쇼팽의 어린 시절부터 파리에서 죽을 때까지 그의 삶을 느낄 수 있다. 3층은 콘서트홀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 쇼팽 음악대학교
바르샤바에 있는 쇼팽 음악대학교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음악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야그나 단코프스카(Jagna Dankowska) 부총장에 따르면 현재 800여명의 학생 중에 한국 학생이 40명이다. 또 2명의 한국사람이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는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와 1993년 교류를 시작해 학·석사 연계학위제를 개설하고 계명-쇼팽음악원을 설치,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류 덕분에 국립쇼팽음악대 교수들이 계명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명대 학생들은 쇼팽음악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글·사진_여행 칼럼니스트 허용선
허용선은
중앙대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전국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보도 관련 공로 체육부장관상, 2004년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그 동안 9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세계 90개국, 1천여 곳 이상을 취재했다.
사진작가가 겸 여행칼럼니스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출간한 책만도 20권에 이른다.
인터뷰 - 크쉬스토프 마이카 주한 폴란드 대사
아내 조피아와 함께 한국에 와서 주한 폴란드 대사의 직무를 수행한지 어느 덧 7개월이 지난 크쉬스토프 마이카(Krzysztof Ignacy Maika Ph. D) 주한 폴란드 대사는 “부임 첫 날부터 한국에서의 생활은 ‘우리 집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서울을 좋아하게 되었고,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성북동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첫인상이 궁금하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항상 도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자기 나라와 문화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아쉽게도 이러한 가치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이미 ‘유행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한국인의 이런 문화를 사랑하는 자세에 감탄했다.
지금껏 근사하게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시민들의 행렬, 많은 지역 축제, 한복 패션 쇼, 한국 김치 시식을 통한 홍보 등을 다른 곳에선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서울은 이렇게 활기 찬 도시여서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외교적인 활동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정학적이나 역사적으로나 한국과 폴란드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데, 정말 그런가.
양 민족은 영광의 순간뿐만 아니라 민족의 비극으로도 찬란했던 과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폴란드와 한국은 정치적인 도구로 침략을 이용한 이웃 강국에 둘러싸여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1795년에 러시아, 프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한 마지막 3차 분할의 결과로, 123년 동안 세계 지도에서 사라졌고, 1918년이 되어서야 독립을 되찾게 되었다. 폴란드는 자기 문화와 전통과 언어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오랜 억압의 기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현재 폴란드와 한국은 좋은 경제성과를 자랑스러워한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9년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과 폴란드와 호주만이 플러스 성장을 했다. 또한 한국인과 폴란드인은 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국가 순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폴란드를 찾는 한국 여행자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주로 많이 가는 곳은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아유슈비치 수용소, 바르샤바, 크라코프 등이다. 이외에도 가볼만한 곳은 어딘가 폴란드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13곳이 있다.
이 외에 독특한 호박 세공으로 만든 장신구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름다운 그다인스크, 크라쿠프처럼 아름다운 구시가가 있는 브로츠와프, 특히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약간의 고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좋은 비에쉬차디 산맥, 산 사람들의 전통이 그대로 묻어나는 자코파네가 있는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타트라 산맥, 그리고 들소가 자연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비아워비에자 삼림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공원 등을 들 수 있다.
-폴란드 음식 중에는 한국 음식과 비슷한 것이 있다는데,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김치찌개와 비슷한 비고스가 있다.
한국인들에게 폴란드 수프가 입에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숲에서 따와 말린 그물버섯 수프를 추천하고 싶다. 또한 산악지방에서 먹는 돼지고기 요리, 즉 치즈와 버섯 등을 섞고 고기를 갈아 만들고 소금에 절인 양배추와 함께 먹는 요리를 비롯한 고기 요리들이 추천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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