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홍보용 새해달력 배포 ‘골머리’

경기침체로 달력 구하기 힘든 서민들 은행으로… 보험설계사도 ‘한숨’

금융업계가 홍보용 새해 달력 배포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로 홍보용 달력 제작을 줄이는 업계가 늘어나 달력을 구하기 힘들어진 서민들이 신년 달력을 받기 위해 은행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14일 도내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내방하는 거래 고객 뿐만 아니라 달력을 요구하는 일반인이 늘어나자 타 업계와 달리 지난해에 비해 발주량을 늘리고 약 1천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5천~1만개의 달력을 제작했다.

 

이는 거래 고객 또는 거래 기업체를 대상으로 배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시중은행에 한정돼있던 금융 거래 폭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원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고 금융업계는 설명했다.

 

실제 A은행은 지난 10월부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달력을 배포하고 있지만 2012년도 가계부를 요구하는 주부 고객 층이 있어 추가 비용을 들여 4천부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B은행은 한 고객이 친구들을 데려와 달력을 6~7개 달라고 요구해 줄 수도 안줄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고, 달력 물량이 많지 않은 출장소의 경우 통장을 가지고 있는 고객에게 달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도내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거래와 관계없이 무턱대고 달력을 달라는 분들이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며 “달력 등 제작비용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제 우리 고객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보험설계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험설계사 간의 경쟁으로 고객 모으기가 힘들어졌지만 고객들이 달력 등 소소한 선물로 보험사나 설계사를 갈아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탁상용 달력(1천500~2천원), 다이어리(3천~3천500원) 등을 사비로 제작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박모씨(51ㆍ여)는 “벽걸이 달력은 3천원대로 너무 비싸 고객에게 줄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경기가 나빠져 고객이 줄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고객이라도 지키려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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