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경영난… 문닫는 곳 속출

기름구입 ‘외상→현금거래’ 자금 압박 심화… 올 들어 경매·매물 400여 곳 쏟아져

올해 유류가가 고공행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내에서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 경매가 진행된 도내 주유소는 74곳으로 지난해 43곳, 2009년 37곳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

 

반면 낙찰률은 경매건수가 가장 낮았던 2009년이 44.8%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23.3%, 올 11월 현재32.5%로 경매진행 건수에 비해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도내 주유소 매매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도내에는 약 2천500개의 주유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중 13%(330여개)의 주유소가 운영 상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팝니다’를 호소하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정유사 거래구조가 외상에서 현금거래로 바뀌면서 기름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업주들이 늘고 지난 1997년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로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빚더미에 앉은 주유소 사장들이 많아진 것으로 주유업계 측은 분석했다.

 

더욱이 원유가를 제외한 주유업계의 순수 수익이 4~5%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중 1.5%가 신용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가면서 주유소 경영에 큰 타격을 줘 대출 이자 등을 갚지 못하는 업주들은 매매 또는 경매 진행까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수원지역 한 주유소의 경우 업주의 융자 등 자금문제로 매매가 20억원, 융자 12억원에 급매물로 내놓고 영업을 중단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출입금지 띠만 둘러진 채 주변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10여년째 주유소를 운영하던 A씨(51)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주유소를 차려도 시설유지비, 인건비, 유류세 등으로 수입이 기대만큼은 아니다”며 “경쟁이 심하다보니 이 곳 뿐만 아니라 상황이 어려운 다른 업주들도 팔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기름값이 올라갈수록 수입이 늘어날 것 같아도 유류세, 카드 수수료가 같이 올라 주유소 수익은 오히려 떨어진다”며 “정부는 알뜰 주유소 등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주유업계의 고충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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