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사채 ‘노크’ 피해 악순환 우려

가계대출 억제 이어 신용카드 발급제한… 서민층 어디로

회사원 주모씨(30)는 3년 전 친구와 동업을 하겠다며 멋모르고 시중은행과 캐피털을 이용해 8천여만원을 대출 받았다가 신용등급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사업실패 이후 변변한 직장은 구하지도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대출 원리금을 꼬박꼬박 내며 카드 발급을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대출금 3천만원을 남겨놓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카드 발급 제한’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주씨는 “대출이자를 제 때 납부하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발급 제한이 웬말이냐”며 “이러다간 카드로 푼돈을 쓰려다 무서운 사채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나같은 사람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늘어가는 가계빚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억제와 신용카드 발급 제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서민층의 대출 수요가 대부업체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권 가계부채의 증가율을 낮추고 변동금리로 편중된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올 2분기 가계신용이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달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 조건을 제한한데 이어 이번주 ‘신용카드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저신용ㆍ저소득자 등의 카드발급, 카드론 이용까지 차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7조5천665억원이었던 대부업체 대출잔액이 올 상반기 8조6천361억원으로 14.2% 증가한 상황에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모두 억제하면 대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또다시 대부업체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가계빚 역시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상승 곡선을 타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내다봤다.

 

더욱이 올 상반기 대부업체 고객이 지난해 말보다 26만7천명 늘어난 247만4천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일부 대부업체 이용이 불가능한 고객들은 고금리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시중은행 가계대출 억제와 카드 발급 제한 등 일시적 정책으로 서민층이 대부ㆍ사채업을 이용하는 악순환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임시방편 대책이 아닌 가계빚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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