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지 않는 순댓국을 혼자 먹다말고 낯선 여인숙에 행장을 푼다. 쓴 잠 일으킨 새벽 화순터미널로 나가 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 다다른 운주사는 추위가 살을 엔다. 매표소는 따뜻한 난로만 나그네를 그립게 할 뿐 비어있다. 본의 아니게 무료입장이다. 천불 천탑은 어디로 사라지고 70여개의 석불과 석탑들이 널브러졌다. 틀을 벗어난 조형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머슴바위의 정감어린 모습은 민화나 민중미술이 연상되고 민초들의 삶을 보듯 친숙한 느낌이다. 뒷산언덕 긴 와불이 와락 가슴을 친다. 상처받은 삶을 위로하듯 평안한 모습이 진실한 자애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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