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카드 수수료만 내려줘도…”

기름 현금매입·거리제한 폐지·90% 카드매출 ‘3중고 빚더미’

“옛날 주유소 사장은 돈 있는 부자였지만 지금은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10년째 수원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윤모씨(50)는 최근 떨어지는 온도만큼이나 바닥을 쳐다보는 수익률에 마음까지 시리다.

 

고객에게 기름 1ℓ를 팔아 2천원을 받았을 때 4~5%의 수익이 생기지만 그 중 1.5%(약 30원)가 신용카드 수수료로 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고객의 90%가 카드 결제를 하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윤씨가 실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게다가 정유사 거래 구조가 외상으로 기름을 받아와 팔아서 갚는 거래에서 현금 직거래로 바뀌면서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로 경쟁이 치열해져 기름값도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늘어나는 대출이자에 속이 타들어간다.

 

원유가가 오르면 유류세와 카드 수수료는 자동으로 늘어나 주유소 형편은 악화되는 반면 카드사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윤씨는 억울하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1% 수준으로 낮추면 숨통이 트일 것 같아 회원사들과 함께 정부와 카드사 측에 요구했지만 이를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알뜰 주유소, 대형마트 주유소를 확대해 일반 주유소를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야속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1일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유소 매출액 중 47.5%가 유류세 등의 세금으로 지출됐고, 고유가의 영향으로 1ℓ당 신용카드 수수료가 1997년 12.78원에서 지난 7월 29.01원으로 인상되면서 주유업계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협회 측이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 특정카드사 가맹점 해약·해지 찬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도내 381개 주유소 중 97%(369개)가 동참을 선언하면서 주유소 업계 고충 1순위로 꼽히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업주들의 절실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수수료율을 1.5%로 동일하게 정하고 해당 기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며 “알뜰주유소, 대형마트 주유소 등의 정부 정책과 회원사 간의 안팎 경쟁으로 주유소업계는 고사 직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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