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메시지… 정치 참여 선언보다 더 극적

[Issue] 안철수 1천500억 상당 재산 환원

“기업,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돼야 한다는 믿음 실천”

 

대권 유력주자로서 정치권 진출 ‘신호탄’ 해석도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번엔 “앞장 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겠다”며 1천500억원 상당의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안 원장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은 전체 연구소 지분의 37.1%로, 이번에 환원되는 지분은 이중 절반에 해당한다. 14일 기준 안철수연구소의 주식은 8만1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갖고 있는 지분가치는 3천28억원으로, 환원키로 한 절반의 주식 가치는 1천514억원에 달한다.

 

여야 정치권은 안 원장이 재산 환원을 계기로 사실상‘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시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안 원장은 11월 14일 오후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보더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다”며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는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못지 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특히 상대적으로 더많은 혜택을 입은 입장에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15일 출근길에 수원 이의동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건물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 원장은 1천500억원대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 사회 환원 방침에 대해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기 오시라고 말씀 드린 이유는 밤새 (제) 집 밖에서 추운데 고생하실까봐 한 것이지 특별히 기자회견이나 입장을 밝히려고 한 것이 아니다”며 대권 후보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안 원장이 자신의 주식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정치권은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 원장의 결정에 대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정도가 다를 뿐,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 원장의 행보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조 의원 출판기념회 참석에 앞서 안 원장의 사회환원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아주 좋은 일이며, 이런 기부 문화가 각계각층에 확산했으면 좋겠다”며 “이를 계기로 복지 정책에서 우리 모두가 ‘키다리아저씨’가 돼 기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사회를 위해 기부한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저는 그만한 돈이 없어 못하기도 하지만 기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호평했다.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고 대단히 훌륭한 일”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재산이 많은 분 사이에 확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안 원장의 사회환원에 대해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도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 교수가 재산의 절반을 내놓음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안 원장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신, 야권에서도 안 교수가 정치권 진출에 어느 정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어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글_김창학·윤승재·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사진_김시범.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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