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신도시 개발사업 ‘급물살’ 2014년 완공 목표

[CoverStory | 만나고싶었습니다] 김윤식 시흥시장

11월 21일 오후, 김윤식 시흥시장 직무실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결제판을 들고 있는 공무원도, 지역 개발사업자나 관변단체 관계자도 아니었다. 시장님과 면담 중인 이들은 다름 아닌 시흥 지역 내 초등학교 학생들. 초등학생들이 무슨 민원(?)이 있어 평일 낮 시간에 시장실을 직접 찾아온 걸까.

사연인즉, 시장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장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시장의 역할과 업무 등을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전화 면담요청에 김윤식 시장이 ‘꼬마손님들’을 직접 시장실로 초대해 인터뷰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즐거웠습니다. 어린 학생들한테 배워야 합니다. 동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해서 과제물로 제출한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아주 진지합니다. 지난번엔 일정이 안 맞아 일요일 오후 학생들과 함께 지역 상가에서 간식 먹으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면담을 마치고는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가는 길까지 안내해 주는 김윤식 시장. 그야말로 어른, 아이, 나이,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소통하는 시장의 기본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들 면담 요청 정도는 바쁜 시정업무를 핑계로 정중하게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령’을 모르고 ‘꼼수’가 안 통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 시장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그리고 시흥시를 이끌어갈 동량들에게 개구쟁이시절 김윤식부터 시작해 정치, 행정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선물해 줬다.

 

빚더미가 아니라 ‘미래위한 알찬 투자’

 

그런데 사실, 김 시장은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얼마 전 시흥시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 빚더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심사를 실시키로 한 가운데 시흥시가 심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흥시민들은 불안해 떨어야 했다. 행안부에서 공식 발표를 한 것도 아닌데도 국정감사 중 방송과 중앙언론에 마치 당장이라도 시흥시가 부도날 것처럼 보도되면서 시흥시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주민들의 여론도 들끓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윤식 시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좋은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얻은 빚입니다. 아직 심의를 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 시흥시가 ‘워크아웃’ 대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안부의 입장은 2011년 9월말 기준, 시흥시 총 예산규모 7천850억원 가운데 부채가 3천억원으로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43.5%에 해당, 재정이 ‘심각’하다는 것.

 

시흥시 입장에선 나름 ‘속사정’이 있었다.  부채 3천억원은 서해환권 중견도시로 성장하는데 획을 긋게 될 ‘군자신도시 개발사업’의 대상 토지를 지난 2006년 (주)한화로부터 매입하면서 지방채 3천억원을 발행해 생긴 부채라는 게 시흥시의 공식 입장이다.

 

김 시장은 시흥시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거론된 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나름 시 입장을 정리해 보도자료도 내고 시 소식지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실상을 안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행사를 다녀보면 방송 등 언론보도를 보고 걱정하시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현재 빚이 3천억원이지만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1조원대 땅입니다. 채무를 상환할 재원은 2012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군자지구 토지분양을 통해서 확보할 계획입니다.”

 

김 시장이라고 속이 편할리는 없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서 그런지 똥배만 나왔습니다.(하하) 군자신도시만 생각하면 잠을 설칠 때도 많습니다. 토지매입비 3천억원을 갚지 못할까 하는 그런 걱정이 아닙니다. 빚 갚는 일은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고 봅니다. 더 큰 걱정은 군자신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방재정위기 판단 ‘획일적 잣대’ 불합리

사실 사건(?)이 터지기 전 김 시장과 해당 부서 공무원들은 올 초부터 선재대응전략을 짜고 행안부를 수차례 방문했다.

 

지난 9월 9일자로 지방재정법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고 행안부에서 지방재정위기관리시스템을 본격 가동하면 단순 유동적인 통계지표 하나로 평가하면 시흥시가 분명 피해를 볼 것이라 예상해 시의 입장을 어필했다고 한다.

 

“행안부가 군자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2009년 4월 3천억원 기채승인을 해줬습니다. 100억 이상 사업의 투·융자심사는 행안부가 하는 거 아닙니까. 시흥시가 무슨 힘이 있어서 지방채 3천억을 발행했겠습니까. 시흥시가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채지 무모한 사업에 투자한 게 아니라는 것을 행안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행안부가 자기들이 새롭게 만든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김 시장은 행안부의 지방재정위기 판단기준의 객관성 및 과학성에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에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은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예산대비 채무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 징수액 현황 ▲금고잔액 현황 등 총 다섯 가지인데 시흥시는 그중 하나, 즉 예산대비 채무비율에 해당돼 ‘심각’ 등급을 받았습니다. 문제가 된 채무비율은 예산규모에 따라 변동되는 지표로서 우리시는 내년도 예산규모가 특별·일반회계 합쳐 1조4천억원이 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그렇게 되면 채무비율 25% 미만으로 재정위기단체 판단기준에서 정상기준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부채총액을 단순히 대비하다 보니 시흥시와 같은 맹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친환경 복합 자족도시’ 만들기 올인

 

지자체 수장으로 김 시장은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간섭하면서 일정부분 관리감독하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억울한 점은 시흥시의 역점사업인 군자신도시 개발 사업이 지난달 9월 28일 사업승인을 받아 이제 공사착공과 토지분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재정위기라고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가게 문 여는데 소금 뿌리는 격입니다. 고약하다고 생각됩니다. 제반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통계만으로 재정위기단체 지정가능성이 사전 공개됨으로써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는 물론 시민불안과 시정에 대한 불신이 초래되고,  특히 부채 해소의 주된 목적물인 군자신도시 토지분양에 대한 부정적 영향까지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걱정거리를 껴안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김 시장은 요즘 군자신도시 사업에 매진하면서 시흥시의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군자신도시 시범단지 사업참여 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대우건설과 한화건설 컨소시엄, 현대건설, SK건설, 한국자산신탁과 팍스㈜ 컨소시엄, 알젤로 고든 등 모두 5개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는 일단 군자신도시 개발에 대한 청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시는 저렴한 토지가격, 항공, 도로, 철도 등 우수한 교통 인프라, 교육·의료 인프라 구축 등의 요인으로 공동주택용지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따라서 내년 1월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우선 3천억원의 토지 분양대금이 회수되고, 하반기에 6∼8천억원이 추가 회수돼 부채를 상환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바탕 홍역을 치룬 김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국 지자체 중에서 시흥시가 최초로 진행 중인 최대 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지자체에서 공영개발방식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것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특히 시흥시의 경우 IMF시절 혼쭐이 난 적이 있어 군자신도시 개발사업을 반대했던 사람 중 한명이었는데, 무슨 운명인지 현재는 군자지구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시흥시는 지금 자자체 최대 규모 부동산개발사업으로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기록에 도전 중입니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 일입니까. ”

 

그간 군자지구는 2006년 부지매입과 관련해 경기도 감사에서 징계를 받는 등의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으며, 매매계약 특혜의혹 시비로 인한 곱지 않은 견해를 보이시는 시민(불신)도 있었다.

 

이에 시흥시는 군자신도시 부지 매입 당시 발행한 지방채 상환과 불안정한 재정상황 안정화, 시 교육과 사회적 통합 실현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2월 군자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 및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미래도시개발사업단’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9월말 실시계획이 인가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마지막 단추를 꿰기에 이른 군자지구 개발사업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토지분양 및 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라 김 시장의 어깨가 더 무겁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 중이다.

 

“군자지구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도시를 지향하는 계획도시로서, 바다를 매립하여 환경을 훼손했던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자 중앙공원을 민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다양한 동식물이 사람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기수역(汽水域, 강물이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 공원을 계획했으며, 6km가 넘는 수변공원을 100m~200m 폭으로 설치, 기존 도시와 차별되도록 구상했습니다.”

 

특히 김 시장이 애정을 쏟고 있는 부분이 바로 연구와 교육, 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서울대 국제캠퍼스를 유치해 학문과 지성이 겸비될 수 있는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것이다.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군자지구는 시화지구 구조고도화 및 시화 MTV 개발사업에 따른 유입인구를 흡수하고, 최근에 급등하는 수도권 전세난 및 주택난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저렴한 주택공급으로 성공적인 분양이 예상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담_시흥·이성남부국장 sunlee@kyeonggi.com

 

정리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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