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조창희 남여주골프클럽 대표이사
바야흐로 대중(퍼블릭) 골프장 전성시대가 왔다. 퍼블릭골프장이 천대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유인 즉, 정부가 회원제골프장을 지을 때 강제적으로 병설 퍼블릭을 조성하게 하다 보니 골프장 측으로서는 굳이 돈 ‘많이’ 들여서 ‘ 좋게’ 건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블릭의 질은 떨어진다.’는 말은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회원제 못지 않은 명품 퍼블릭 코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가히 ‘퍼블릭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블릭골프장은 그린피와 부대시설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비기너들은 물론이고 시간·경제적 부담을 피하려는 실속파 골퍼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이 전성시대를 맞은 데는 ‘남여주골프클럽’(이하 남여주GC)의 역할이 컸다. 2000년 한국체육진흥(주)이 개장한 남여주GC(여주군 여주읍 하거리)는 골퍼들 사이에선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돌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저렴한 그린피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퍼블릭골프장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 시설 및 인적 관리측면에선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남여주GC가 요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싼 맛에 갔던 골프장이 아니라 명품 골프장으로 거듭나면서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
변신 드라이브 가동
남여주GC의 변신 드라이브는 지난 5월 신임 조창희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시작되었다. 조 대표이사는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을 지냈다. 문광부 방송광고 과장, 문화산업정책과장, 문화산업국 국장, 관광레저도시 추진기획단장, 감사관 등을 거친 ‘문화브레인’으로 통하는 조 대표이사의 남여주GC에 대한 인상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재투자가 없고 시설 업그레이드가 담보상태다 보니 고객 서비스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래밭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어떻게 그린피를 받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취임 후 조 대표이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바로 남여주GC의 복잡한 태생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1980년대 후반 골프장 건설 붐이 한창일 때 회원제 골프장은 ‘체육시설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등에 의해 규모가 18홀이면 대중골프장 6홀을, 27홀이면 9홀을 병설해야 했다.
정부가 골프대중화를 위한 장치로 신설 회원제 골프장에 대중골프장 건립을 의무화한 것이다. 다만 공사비용과 부지 마련이 쉽지 않은 회원제골프장에 대해서는 대중골프장을 직접 조성하지 않는 대신 홀당 5억원을 예치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기금으로 조성한 것이 2000년 6월 오픈한 남여주GC이다.
‘Smart Public No.1’
아무래도 정부 방침에 따라 지어진 퍼블릭골프장이다 보니 회원제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손 댄 곳은 골프장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잔디’였다.
“시설물을 배제한 자연주의를 지향했습니다. 티잉그라운드의 인조매트를 모두 철거하고 잔디에서 티샷을 하도록 개선하는데 3개월이 걸렸어요. 전 직원들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잔디 보수작업에 정성을 쏟은 결과 이제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신이 생겼습니다.”
늦게까지 일시키는 사장이 달가울 리 없는 직원들이었지만 김밥을 먹어가며 같이 땀을 흘리는 대표이사를 보며 믿음이 생겼고, 직원들 사이에선 어느새 ‘김밥 사장’으로 통했다. 조 대표이사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사장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장의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직원들과 소통하였다. 격이 없고 오직 골프장 일에만 전념하는 우직한 인상을 직원들에게 어필하면서 상·하간 거리를 좁혀 나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퍼블릭 골프장의 역사 새롭게 쓴다
그 역사의 현장이 바로 남여주GC
골프장 시설 정비에 이어 조 대표이사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조직쇄신이었다.
“직원들의 패배주의가 심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해 외부 초청강사를 초빙해 직원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 180여명의 직원중 54%가 간부급에 해당하는 기형적인 인적구조를 바꾸고자 본부장체제로 판을 다시 짜고 사무직부터 경기 도우미(캐디)까지도 투명하게 공모를 통해 선발하였습니다. 직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를 높여주고 자발적 동기부여를 위해 ‘Smart Public No.1’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요즘 일부 회원제골프장이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럭셔리한 것과는 반대로 환경친화적이면서도 편리함과 심플한 분위기로 고객들을 모시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조 대표이사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부서에는 공개채용을 통해 전문가를 섭외하면서 타 회원제골프장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조직의 반발도 심하였고 자연스럽게 ‘안티’ 또한 생겨났었다.
변화의 몸부림 직원들도 인정
주민등록증 주소지까지 여주로 옮겨 관사생활을 하면서 골프장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조 대표이사의 진심이 직원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조직 내부를 재정비하고 시설 업그레이드에 집중했다. 골프장내에서 조금 소외받는 경기도우미들을 위한 도서자료실·여직원 휴게 공간을 만들고, 사내 동호회 및 영화관람데이·직원간 소통의 장을 위해 매주 수요일 영상자료 시청, 직원들에게 경조사시 클럽하우스 무상대여 등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또한 조 대표이사의 조언으로 비 오는 날 직원들은 지역내 장애인 복지시설에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운동화를 싣고 골프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조 대표이사의 성실함은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골프장 안팎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깔끔한 페어웨이에 매료된 고객들의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타박만 받았던 경기도우미들의 얼굴이 환해졌죠. 또 홀을 거듭해도 지루하지 않게 조성된 코스와 잔디상태는 비싼 회원제골프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듣고 특히 페어웨이 업다운도 심하지 않아 여성골퍼들에게도 인기가 좋습니다.”
고객들의 칭찬은 곧 직원들을 춤추게 했다. 그러면서 골프장에 새바람이 불게 하였다. 직원들 사이에선 현재 조 대표이사는 ‘최고의 사장’, ‘직원같은 사장’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현재 남여주GC의 직원들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직원들의 표정에서 생기가 느껴지고, 외부평가에 대해 자긍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여주를 ‘골프메카’로 업그레이드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조 대표이사는 취임 100일 때 선포했던 ‘Smart Pulbic No.1’ 캐치프레이즈에 걸 맞는 개혁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가동할 계획이다.
남여주GC는 골퍼들의 수요를 감안, 9홀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 대표이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조 대표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여주를 ‘골프도시’의 메카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내고 있다.
“골프는 더 이상 비싼 돈을 지불하고 소수가 즐기는 특정계층만을 윙한 운동이 아닙니다. 지역과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상생발전방안을 고민할 때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골프장에서 공연관람·웨딩 등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관람 등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일조하고 싶고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여주에 와서 ‘골프장은 3D업종’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조 대표이사.
“공무원하다 골프장 사장이 되니 주변에서 좀 쉬면서 운동 많이 해서 좋겠다고 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외부 고객인 골퍼들에게 최상의 코스를 제공하고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 편안한 퍼블릭골프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봄·여름·가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골프장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퍼블릭골프장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전력질주 할 계획입니다”
김밥 먹으며 운동화 신고 일하는 골프장 CEO 조창희, 회자·주주·직원 모두에게 좋은 골프장을 만들고 회원권 없는 골퍼들도 수준 높은 코스에서 언제나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글_류진동·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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