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살던 잉카의 수도 이제는 불가사의로 남아

[앵글속세상] 쿠스코 외곽

안데스 산맥 해발 3천399m 지점의 분지에, 잉카제국의 수도로 한때 100만 명이 거주했다는 도시 쿠스코(페루 남부의 고원도시)가 있다.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 쿠스코에 왔으니 근교의 잉카 유적지들을 둘러봐야지 싶어 지난 5월 9일 쿠스코 외곽 당일투어에 참가했다.

 

삭사이와망(Sacsayhuaman)은 쿠스코의 동쪽을 지키는 요새였다고 한다. 돌, 돌, 돌들 뿐이다. 그나마 ‘종이 한 장 끼울 틈 없다’는 잉카의 정교한 석재 건축이 눈길을 끈다고나 할까. 장례의식 장소였다는 ‘미로’라는 뜻의 켄코(Q’enqo)는 거대한 바위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깎아 만든 돌 제단으로 매우 인상적이다. 큼직한 바위 안에 조그만 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의자 모양의 석단은 잉카 황제가 앉았던 자리라고도 하고,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꺼내던 인신공양의 제단이라고도 한다. 문자를 남기지 못한 잉카문명이니 실제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누가 알겠는가.

 

쿠스코의 북쪽을 지키던 요새지 푸카푸카라(Pukapukara)는 요새라기보다는 ‘축대’모양으로만 남아 있었고 잉카의 수원(水源) 탐보마차이(Tambo Machay)는 ‘성스러운 샘’이라고 불리는데 일년 내내 건기나 우기 때나 항상 일정 양의 샘물이 흐른다고 한다. 잉카시대에는 왕족의 목욕탕이었을 곳으로 추측한다.

 

지형으로 봐서 전혀 샘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라, 물이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찾기 위해 근처의 강이나 호수에 색소를 풀어 시험하였지만 끝내 그 근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유적지마다 입구에는 장사치들이 민예품·기년품 좌판을 벌이고 있고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모델로 돈벌이하는 아주머니들도 진을 치고 있다.

 

이틀 날에는 ‘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을 투어했다. 쿠스코를 중심으로 하여 반경 수십 km 주변에 있는 우루밤바강 계곡에 산재해 있는 잉카 유적지들을 둘러 보는 것이다.

 

제일 처음에 간 곳은 (마추픽추처럼)산 정상에 있는 피사크(Pisaq) 유적지. 맞은편 산 중턱에 숭숭 뚫어져 있는 구멍들은 잉카의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다음은 성스러운 계곡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유적지인 오얀따이땀보(Ollataytambo)다. 6개의 거석, 주변에는 이만한 크기의 바위가 없는데 이 돌들을 바퀴도 없이 어떻게 산 정상으로 옮겼는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한다. 6개의 거석들 사이를 작은 돌들로 이음 처리한 부분은 역시 잉카의 석재 건축에 대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많은 돌덩어리의 사진들…. 이탈리아의 폼페이도 그렇고 터키의 에페수스도 이제는 사라진 역사의 유적지들이란 수많은 돌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글·사진_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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