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생명자본주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생명이 경제의 근본이 되는 생명자본주의을 전파하고 있는 이어령 전(前) 문화부장관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시대는 갔다”며 “생명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어 “자본주의가 삶의 수단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명자본주의는 생명체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의 속성 가운데 하나를 ‘약육강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여기에 ‘생명’, ‘나눔’같은 여러가지 공동체적인 삶을 접합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계신다. 간략하게 ‘생명자본주의는 이거다’라고 정리하신다면.
생일케익을 예를 들면, 평소에 빵은 내가 먹으려고 산다. 그러나 생일케익을 살때는 그렇지 않다. 물론 먹을 수 있지만 생일케익은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산다.
생일케익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표시로 주는 것이다. 생일축하는 문화와 생일케익을 파는 것과 결합돼 생산, 소비활동이 된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생일케익을 사는 것이 쉽게말해 생명자본주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본주의의 시대는 이제 옛말
생명체 지혜 통해 진보적 시스템으로 발전
-그렇다면 생명자본주의는 왜 필요한 것인가?
사회주의 맑시즘이 소련의 붕괴로 무너졌다. 다음은 미국, 유럽 중심한 자유시장주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장주의가 급변해 하이테크 자본주의가 약 10년동안 세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도 유럽 금융계에서 소위 말하는 선진국형 데모들이 일어나는 등 흔들리다 2~3년전 리먼 쇼크로 실질적으로 금융산업자본주의 시스템은 거의 작동 기반을 잃었다.
우리나라 경제도 경기도는 서울을 보게 되고 지방에 있으면 중앙을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면 1등칸이든 2등칸이든 선실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어느시대에 살고 있고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국가나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모두 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창조적 능력이 있는 나라는 위기를 극복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탈락한다.
-말씀대로라면 생명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접목이 중요할 것 같은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정보 미디어 단말기 개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마디로 키보드와 전기 코드에서 벗어난 모바일 기기들은 인간의 신체성과 밀착함으로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인터페이스에 놀라운 혁명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이 몰고 온 SNS 역시 디지로그의 파워를 보여준다.
현재 7억~8억명이 가입돼 활동하고 있는 페이스북(Facebook)은 종전의 인터넷에서는 모두가 익명의 집단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가면무도회와도 같이 얼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냈지만 실명위주의 정책을 들고 나온 페이스북은 아날로그적 인간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사회와 접합시켰다.
19세의 하버드 신출내기 소년은 종전의 인터넷 세대와는 전연 다른 발상으로, 즉 디지로그 발상으로 가상과 현실공간이 하나로 합쳐진 사회의 네트워크를 창조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입히는 그런 잔재주가 아니라 인간과 컴퓨터사이를 바꿔놓는 혁명인 것이다.
인터넷과 아날로그를 접목해 익명의 인터넷 문화를 넘어선 것이다. 생명자본주의는 생체기술이고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삶의 수단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명자본주의는 생명체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즉 삶의 목적을 얻는 것이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산업자본주의·금융자본주의에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가 ‘삶의 수단’을 얻기 위한 자본주의였다면 생명자본주의는 ‘삶의 목적’, 즉 행복을 얻기 위한 자본주의다.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가장 유념해야할지.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정(情)’이 많이 남아있어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생명자본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 생명 자본주의에는 인간의 냄새가 살아있다. 한국은 산업화는 늦어도 정보화는 빠르다.
사회주의가 물질적 나눔에 있었다면 생명자본주의는 감동을 나누는 것이다. 물질을 토대로한 사회주의는 망했다. 이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해야 한다.
단순히 사장실 분위기만 조금 바꿔도 창조력이 발휘된다.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데 있어 디지인과 인터페이스가 사회와 개인, 기업의 패러다임을 개선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대담=정재환 경제부장 jay@kyeonggi.com
정리=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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