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ATM 가뭄’ 고객 속탄다

해마다 유통량 폭증에도 은행들 오히려 신규 설치·교체 인색

5만원권 유통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ATM)가 부족해 고객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에서 ATM 수수료 인하에 따라 ATM 신규ㆍ교체 설치를 축소키로 하면서 고객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5월말 현재 5만원권 유통잔액은 21조3천87억원으로 1만원권(19조102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1월 5만원권이 20조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뒤 3개월만에 1만원 발행액을 추월한 수치다. 고액권인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첫 발행 당시 발행규모가 2조48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18조9천962억원, 지난 3월 20조1천76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기존 1만원권과 수표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은 총점포수 990개, ATM 7천대를 운영 중이나 이 중 5만원권 사용이 가능한 기기는 점포당 평균 2.5~3대 뿐이며, 1천170개 점포가 있는 농협중앙회의 경우 총 8천대의 ATM 중 5만원권을 입ㆍ출금할 수 있는 기기는 3천300대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객들이 붐비는 말일 또는 점심시간 대에는 ATM에서 5만원권을 입ㆍ출금하려는 고객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 앞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찾은 신모씨(43ㆍ여)는 “5만원권은 1만원권처럼 부피가 크지 않고 수표에 서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많이 쓰고 있다”며 “직장 때문에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2대뿐인 5만원권 기기에 늘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 사용량이 늘더라도 비용 문제 등으로 ATM을 일괄 교체할 수는 없다”며 “기기 수요 등의 반응을 살펴본 뒤 교체·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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