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방복희 캔버스 가득 ‘소통의 메시지’

[Art&Gallery]

방복희의 회화는 녹쓴 문과 낡은 벽, 열린 창들과 같은 평면적 이미지를 통해 이들이 내포하는 대립적이고 이중적인 상징성의 의미와 함께 그 이원론적인 공간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한다. 문과 벽은 내부와 외부의 대립적 영역을 이어주는 경계로서 공간적으로는 닫힘과 열림, 막힘과 뚫림, 비움과 채움, 공백과 충만 등의 이원론적인 의미와 함께, 상징적으로는 내면세계와 외부세계가 만나는 접점으로서 고립과 화해, 소통과 단절 등의 의미를 갖는다. 문과 벽은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되는 공간적 의미를 갖지만, 또한 동시에 문은 벽을 통해 공간을 형성하게 되고, 벽은 문을 통해 숨통을 트게됨으로써 서로의 대립적인 양면성을 극복한다.

 

그러나 방복희의 문은 거의 대부분 굳게 닫혀 있다. 녹쓴 철문들을 가로지르며 단호하고 육중하게 걸려 있는 자물쇠나 빛바랜 창살과 얼룩진 창호지를 가로지르는 빗장과 손잡이, 몇 번인가 덧칠을 한 녹쓴 철문 위의 페인트 흔적들은 주변 벽면 위에 흘려 쓴 해묵은 낙서 또는 낡은 광고문이나 퇴색된 선거벽보 등과 어울려, 오랜 세월에 걸쳐 메마르고 척박한 도시 공간 속에 쌓여있었던 시간의 의미와 그토록 오랜 단절로부터의 간절한 소통의 바램을 담고 있다.

 

낡은 벽면과 녹쓴 철문의 평면적 이미지는 단색조의 바탕화면 위에 롤러작업으로 거듭 반복 중첩된 색의 두께를 형성하면서 마치 실제의 벽면이나 문짝인 것처럼 사실적 표현효과를 가중시킨다. 꼴라쥬 기법을 통해 덧붙여진 해묵은 광고지나 찢어진 벽보의 이미지는 균질화된 화면 위에서 환영적 공간감을 제거하면서 한증 더 극사실적 박진감을 고조시킨다. 낡은 창호문살 아래 빛바랜 화선지는 노랗게 찌든 여백 위에 우연인듯 필연인듯 얼룩을 더하면서 잃어버린 세월의 흔적과 함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닫힘과 열림, 비움과 채움을 제대로 못다한 가슴 아픈 삶의 회한들이 문고리에 매달려 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다시 한번 소통과 단절의 의미를 묻는다.

 

방복희의 문과 벽은 단순한 회화적 평면의 이미지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들의 공간적 이미지다. 그것은 공간 속에 녹아있는 시간의 흔적이며, 그 흔적 속에 묻어있는 미련과 아쉬움을 통해 여전히 단절로부터의 소통을 갈구한다. 그것은 녹쓴 철문의 표면이나 낡은 벽면의 마띠에르 위에 얼어붙은 물감의 흔적이 아니라, 그 물감 속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시간의 흔적이다. 그것은 회화적 평면의 표면이 아니라, 그 표면 속에 심층적으로 깊이 다져진 흘러간 시간의 공간적 이미지인 것이다.

경력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학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6회 (서울미술관,명동갤러리 초대전,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일본 구마모토 YMCA초대전,대구 계명대학교 극재 미술관, 대구 아트페어 초대전,인사동 라미에르 갤러리2012년 2월예정)

그룹전 40여회 (봉산 미술제, 서울 오픈 아트페어SOAF, 독일 괴테문화원, 광저우아트페어등)

현재 한국 현대미술 신기회,대구 구상작가회 회원

작업실: 대구 달서구 두류2동 87-36 성안 오피스텔 1602호

E-mail: hi-sukyung@hanmail.net

☎010-2535-9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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