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 여행] 청룡포, 영월

가을이 낙엽처럼 지는 날 청룡포를 찾았다. 서강이 에워싼 이 외딴 곳에 단종은 유배된 후 죽음을 맞았다. 장송들이 왕의 처소에 허리 굽혀 경배하며 애도하고 있다. 지나간 시간들은 묻혔지만 살아있는 시간들은 분주하다. 현재라고 정의할 순간은 없다. 그것을 말하는 찰라는 이미 사라진 과거가 된다. 정지된 시간은 죽은 시간, 어쩌면 죽음이야말로 영원한 현재인 매우 모순적인 생을 우리는 현재라고 칭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단종은 산자락 수려한 언덕에 그의 주검을 수습한 의인에 의해 영면하고 있다. 나는 장릉 앞 식당에서 스트레스 받은 육식동물처럼 곤드레 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추가로 한 그릇 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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