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가림터널도로 ‘애물단지’, ‘무법천지’로 전락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광명시가 수백억원을 들여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조성한 철산도시계획도로의 가림터널이 조성 목적과 달리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가림터널은 도덕산 동쪽 사면을 지나 하안1동과 철산4동을 연결하는 역할로, 하안주공 5단지와 하안현대1단지 아파트 옆을 지나 북쪽에서 도덕산길로 이어진다.

 

시는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처인 도덕산 허리를 잘라 1.8km에 달하는 도로와 터널(200m)을 조성했다. 공사비만 무려 230억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설계부터 조성까지 주민들의 편의나 효율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으면서 기형적인 도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반대 무릅쓰고 개설된 도로

지난 1997년 12월에 착공, 3년간의 공정을 거쳐 2001년 11월에 완공된 철산도시계획도로 끝자락에 위치한 터널은 당초 하안주공아파트 5단지에 있던 자연마을인 가림마을의 이름을 따서 ‘가림터널’이라고 불리고 있다.

 

동쪽편인 하안5단지 입구에서 터널까지는 폭 12.2m의 2차선 도로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터널이 끝나는 서쪽편 하안현대 1단지아파트 입구에 이르면 어느새 도로는 사라지고 조그만 골목길이 나온다.

 

당시 민선2기 시장이었던 백재현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동서를 잇는다는 목적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특히 LH(당시 주택공사)는 1천세대가 넘는 도덕파크 공사를 하면서 연결도로가 필요했고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천막농성에도 불구, 결국 공사가 강행됐다. 하지만 개통 10년을 맞은 이곳은 현재 무법천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도로의 기능을 상실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도로가 주차장으로 둔갑

가림터널 일대는 현재 기형적인 설계로 목적이 불분명해지면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가 도로중간에 ‘불법 주차단속 지역’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놨지만, 도로 왕복2차선 도로 양쪽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교행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주차된 차량 대부분이 밤샘 주차 차량인데다, 장기간 방치되는 차량도 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대형트럭들의 차량정비 장소로 사용되면서 도로 곳곳이 기름으로 오염되고 있으며, 야간에는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노상방뇨, 쓰레기투기 등이 이어져 지역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도덕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이 도로를 반드시 지나야하기 때문에 시의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이곳에 불법주차된 차량들에 대해서는 유독 단속을 게을리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 측은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단속된 차량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 이모씨(남·56)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성된 도로가 이제는 부메랑이 돼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며 “도로라기보다는 주차장에 가깝게 사용되는데다, 치안 문제까지 생겨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씨(여·48)도 “15년 동안 매주 2~3차례 도덕산을 찾고 있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단속하는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로로서의 기능상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연환경까지 훼손해가며 조성된 철산도시계획도로는 이미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하루 평균 100여대에 불과하다. 원래 통행량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양 쪽으로 주차된 차량을 피해 곡예운전을 하느니 우회하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시는 도로개설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는 지역의 동맥이기 때문에 미리 건설해두는 것이 좋다”며 “현재 수요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예산을 낭비했다고 볼 수 없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사비 절감 효과 및 사업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수요를 예상해 건설했다면 관리도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앙분리대 등 대안 마련 시급

아무리 장기적인 수요를 고려했다고 해도 통행량이 당초 예상치의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도로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시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뒷전인 채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도로에 중앙분리대만 설치해도 불법주차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는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 백모씨(53)는 “하루에 고작 1백여대 정도가 운행하는 도로를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라며 “잘못된 수요예측과 공사 강행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김병화기자bh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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