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지난 1979년 한국 최초의 화장품 박물관인 ‘태평양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개관 이래 ‘일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박물관은 2009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미술품 1만 점과 현대미술품 350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 내 미술관인 만큼 현대미술품은 서울 본사를 비롯한 오산, 김천 공장 등 사옥에 교체전시를 시행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답게 직원들의 ‘미(美)’ 의식을 철저히 고취시키고 있는 것.
특히 고미술품으로 백자 큰 항아리(보물 제1441호)를 비롯해 보물 4점이 포함돼 있어 중앙박물관에 대여하는 등 수준 높은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다.
용인의 미술관에는 금속공예실, 도자공예실, 목칠공예실 등 세 곳의 공예실로 나눠 상설전시를 하면서 우리 삶과 친숙한 장신구, 목칠가구, 도자기를 선보이고 있다. 옛 선조의 손때가 묻어 있는 흔적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것.
금속공예실에서는 떨잠, 첩지, 비녀 등 고유의 머리 장식과 노리개, 장도, 가락지 등의 몸 장식품을 구경할 수 있다. 나비모양의 옥(玉)판을 대고, 그 위에 금속 틀을 올린 뒤, 진주·산호·공작석·홍옥을 감장해 입체적으로 장식한 ‘나비 장식 보석 노리개’를 통해 정교한 아름다움을 접하는 한편, 복을 상징하는 박쥐 문양이 새겨진 19세기 조선시대 가락지에서는 단순한 멋을 맛볼 수 있다.
큰머리나 어여머리의 중앙, 좌우편에 꽂았던 것으로 왕비와 사대부 여인들의 장식품인 떨잠과 같은 생소한 장신구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100여 년 전에 사용된 화장품 그릇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갈망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도자공예실에서는 백자가 주류를 이룬 15~18세기 조선백자부터 고려시대의 청자와 통일신라시대의 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고루 접하게 된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화장 후 뼛가루를 담았던 ‘토기 굽다리 합’과 12세기 고려 때의 ‘청자 참외모양 연적’은 독특한 형태로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한다. 아울러 푸른 꽃과 새 무늬로 장식한 백자 항아리, 넝쿨무늬로 감싼 분청사기 등을 통해 자유분방한 형태와 장식으로 유행한 조선시대 도자기의 멋을 감상할 수 있다. 균형잡힌 모습으로 우윳빛이 감도는 보물 ‘백자 큰 항아리’는 진품 그대로 전시돼 단정한 멋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목칠공예실에서는 나뭇결이 살아있는 장과 소반, 경대를 전시한다. 비교적 커다란 반닫이 장과 층이 분리된 이층농은 조선시대 살림으로 쓰이며 배어든 손때가 묻어난다. 크기가 작아 애기장으로도 불렸던 머릿장은 물론, 은행나무로 만든 소반, 십장생과 꽃으로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진 경상 등을 통해 소소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느낄 수 있다. 문의(031)285-7215
글_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사진_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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