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의 전쟁’ 자승자박 경찰

지난 1년간 ‘형사-조폭 간 접촉 금지’ 지침에 집중관리 부실

난투극 조직원들 이미 잠적… 정보력 부재로 수사 속도 못내

인천의 조직폭력배 난투극을 계기로 조현오 경찰청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그동안 경찰 상부에서 일선 형사들과 조폭 간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경찰이 조폭관리에 제 손을 묶었다는 지적이다.

 

일선 형사들이 조폭과 접촉하는 데 몸을 움츠리다 보니 조폭 내부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등 조폭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25일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 형사와 조폭 간 유착 등 부정부패 차단을 위해 일선 형사의 조폭대상업소 접촉 금지 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형사가 조폭을 만나려면 사전에 상부에 보고하거나 갑자기 만날 경우엔 사후 보고를 해야 하며, 해당 부서는 감찰부서에 이를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형사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사실상 조폭들에 대한 계보 관리 정도만 해왔을 뿐 이들에 대한 정보 파악 등 조폭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폭이나 조폭 추종세력과의 친분이 끊어지다 보니 이들에 대한 첩보는 물론 조폭 내부 분위기 파악도 힘든 상황이다.

 

이번 유혈 난투극을 벌인 한 조직의 두목은 지난 24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지만, 다른 조직의 두목이나 핵심원들은 이미 잠적해 아예 연락조차 닿지 않고 있다.

 

현재의 경찰 정보력으로는 잠적한 조직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조폭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검거한 조직원을 상대로 조직원들의 인적사항과 연락망 등을 뒤지는 한편 조폭들이 모일만한 장례식장(33곳)이나 웨딩홀(53곳)에 담당형사를 지정, 조폭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뒷북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담당형사들이 지속적으로 업주들과 협조체제를 구축, 폭력조직의 위법활동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직 간 세력 다툼 등에 대해 사전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의 비리를 막겠다고 한 지침이 되레 조폭 수사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뚜렷한 범죄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검거하기 어렵지만, 조폭 척결을 위한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숙·이민우기자 lm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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