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태양을 찾아 반 고흐는 정신의 열대 아를로 갔다. 나는 가을빛 익는 황금들판을 살아온 날들의 파편처럼 스쳐 보내며 하회마을로 간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구상나무 한그루 심어 놓고 간 충효당을 나서자 서양 젊은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길을 메웠다. 붉게 발기한 맨드라미가 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어대는 골목길. 서애 유성룡의 빛나던 학문과 품격의 자취가 그윽이 풍겨올 때, 나는 휘돌아가는 강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감미로운 생을 음미한다. 하회탈춤 공연장은 관객들이 고개하나 들이밀 틈 없이 울타리를 치고 있어 발길을 돌린다. 어디로 갈까? 나는 간 고등어 냄새 풍겨오는 하오에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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