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가 200원도 안 되냐” 배고픈 농민

기름·비료·인건비도 줄줄이 폭등했는데… 비축미 ‘수매가 제자리’ 성난 농심

경기지역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된 가운데 도내 농민들이 정부가 책정한 매입금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오는 12월31일까지 2011년산 공공비축미 총 2만5천351t을 도내 시·군별로 매입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올해 공공비축미 매입은 우선지급금을 지난해 수준인 4만7천원으로 책정해 농가에 선지급하고, 산지 쌀값 조사 결과가 나오는 내년 1월에 최종가격을 확정해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도내 농민들은 농약, 비료, 유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는 매년 오르는데 매입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공비축미 매입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올해 비료(20㎏) 가격은 1만1천200원으로 지난 2001년(5천300원)에 비해 111.3%나 상승했고, 평균 인건비도 7만6천172원으로 110.7%나 오른 반면 벼 매입가(우선지급금 기준)는 지난 2005년(4만6천680원)에 비해 불과 0.6% 오른 데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이와 함께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지난 3월부터 2009년산 비축미를 반값으로 대량 방출하면서 쌀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난하며 쌀값 투쟁에 나서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5일 ‘전국농민 하루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공공비축미 출하를 거부하기로 했다.

 

전농 관계자는 “정부의 폭력적인 시장 개입으로 농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출하를 거부한 나락을 도청과 시·군청에 적재하고 다음달 11일 전국 동시다발 적재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 임인성 회장도 “밥 한 공기에 계란 한 알 값인 200원도 안 나온다. 물가는 해마다 오르는데 쌀값은 15년 전 가격 그대로”라며 “몇년 간 빚만 늘었다. 정부의 쌀값 정책을 보면 마치 농민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선지급금은 7~8월 산지 쌀값의 80~95% 수준에서 책정한 것이며 최종 매입 가격은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며 “정부 정책 방향과 농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조율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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