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고춧가루, 자식도 못 줘”

긴 장마로 수확량 급감…건고추 6㎏ 작년 ‘6만원’ 올해 ‘15만원’으로

“우리 자식들한테 줄 고춧가루도 없어요”

 

지난 7~8월 계속된 장맛비로 고추 수확량이 줄면서 태양초 고춧가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화성시 우정면 조암리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홍모씨(75·여)는 지난 3월 예약 받아놓은 고춧가루 90㎏(150근)만큼 수확하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고추모 7천개로 22포대(한 포대당 고춧가루 4.2~4.8㎏) 정도의 고추를 따 90㎏을 팔아왔던 홍씨는 올해 12포대도 간신히 채웠다. 부족한 고춧가루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서 끝물 고추라도 수확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썩어 혹시나 하던 기대감은 무너졌다.

 

홍씨는 “살다 살다 예약받은 고춧가루만큼 수확하지 못하기는 처음”이라며 “어쩔 수 없이 자식들에게 올해만 고춧가루를 사먹으라고 했다가 싫은 소리만 들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중국산 고춧가루나 건조기로 말린 고춧가루가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시골에서 직접 말린 고춧가루를 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친구 친정집에서 매년 고춧가루를 사고 있는 백모씨(50·여)는 “중국산 고춧가루는 오래 놓고 먹으면 하얗게 변하고 김장을 담가도 맛이 좋지 않다”며 “ 6㎏(10근)에 25만원선이지만 35만원을 드리더라도 어머니가 시골 볕에서 직접 말린 좋은 고춧가루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2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고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4.5% 감소했으며, 올해 고추 생산량은 지난해 9만5천400t에 비해 5% 감소한 8만 7천t이다. 이는 지난 여름 45일 이상 비가 내린데다 탄저병, 전염성 역병 등 병해충 발생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6㎏ 도매가 기준 6만1천960원이었던 마른 고추도 15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태양초 고춧가루는 현지에서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만큼 금액이 더욱 높을 것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망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고추는 태양초와 화건(건조기로 말린 고추) 두 종류로 나뉘는데 매년 태양초 고춧가루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올해는 장맛비가 오래되면서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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