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늘려도… “고추값 맵다 매워”

폭우·탄저병 흉작… 식탁 물가 위협

올 여름 지속된 폭우와 탄저병 등 병충해로 고추 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국산 건고추 수입이 급증했음에도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돼 김장철까지 고추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배추대란에 이어 올해 에는 고추대란이 발생, 2년 연속 식탁물가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검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산 건고추 수입량은 6천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천381t)보다 무려 40%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냉동고추 수입량도 올해 상반기에만 6만9천t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t 가량 늘어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건고추와 냉동고추 수입이 증가한 이유를 국내 건고추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산 건고추와 냉동고추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고추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이달 초 건고추 상품 600g 기준으로 화건과 양건이 각각 1만8천500원과 2만500원에 거래되면서 평년 수준보다 2~3배 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6월 말 양건이 1만2천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달 새 70%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소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이날 수원시내 전통시장에서는 영양산 고추가 1근(600g)에 2만5천원에 거래되는 등 건고추의 몸값이 치솟은 상태다.

 

정부는 이처럼 수급불안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자 지난달 말부터 수입비축물량(1천632t) 중 매주 400t씩을 공매로 시중에 방출키로 했지만, 농민들은 수입을 통한 단기 대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성에서 1만3천여㎡ 규모의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씨(60)는 “지금은 고추가격이 좋지만 계속 상승하면 김장철에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외면할까 걱정”이라며 “각종 악재로 고추 생산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물량이 계속 늘어나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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