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다산왕 함은주·김정수씨 가족
“응애~ 응애~”
지난 7월 23일 오후 6시 10분 수원 아주대학교 분만실. 경기도내 최다 다둥이 가족으로 인증받은 김정수(50)·함은주(40)씨 부부와 할머니 함옥란(76), 11남매는 환호성을 질렀다. 11남매가 12남매가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
“기자님,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하하) 12명을 낳았으니 정말 한 다스(12개 한 묶음)가 됐네요.”
함씨는 출산 직후 12번째 아들 탄생 소식을 본보에 제일 먼저 전해왔다. 아무리 자식낳기를 권장하는 세상이 왔다한들 11명은 좀 많다 싶어 사실여부를 눈으로 보기 위해 지난 7월 21일 오후 용인시 백암면 근삼리에 사는 흥부네 가족을 직접 찾았을 때만 해도 출산 소식을 그렇게 빨리 전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함씨의 출산일기는 19살 때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0살 많은 남편을 만나 강원도 원주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법적으로 혼인신고 전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동거’가 맞다.
“그 때 당시 농장에서 일하게 되면 숙식이 해결됐죠. 아들 녀석들은 농장 일을 거들었고 한마디로 똥밭에서 구르면서 컸어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내리 아들 셋을 낳다보니 딸 하나는 꼭 있었으면 했죠.”
소원대로 부부는 큰 딸 소연이를 낳고 가족 계획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그 후 남편 김씨는 의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영구적으로 피임수술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여섯째가 생겼다.
함씨가 19살 때부터 40살까지 21년 동안 배아파 낳은 자식이 총 12명. 군복무 중인 영광(22)이를 시작으로 영완(20), 영석(19), 소연(17·여), 미영(15·여), 소희(14·여), 미나(12·여), 영대(11), 영진(5), 소정(3·여), 영국(2). 그리고 태어난지 한달도 안 된 늦둥이 아들까지 계산하면 아들 7명, 딸 5명. 그야말로 딱 한 다스다.
한 다스가 되기까지 부부가 꾼 태몽만 해도 사과, 밤, 뱀, 구렁이, 용 등 각양각색 기억을 다 못할 정도다.
함씨 부부는 왜 이렇게 많이 낳은 걸까?
“다 하늘의 뜻인 것 같은데….” 남편 김씨는 다산의 비법을 하늘의 뜻으로 돌렸다. 그러자 부인 함씨는 “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애기가 잘 들어 서는 축복받은 신체 조건(자궁)을 가지고 있다고.(하하)”
경기도 최고 다산왕답게 함씨는 20여년 동안 배불러 있으면서 그 흔한 입덧 한번 하지 않고, 진통도 심하지 않았다고. 첫애는 병원 도착 5분만에 자연분만, 지난달에 낳은 막내도 병원 가자마자 출산, 그야말로 건강 체질의 소유자다.
허나 가족들이 감수해야 하는 남모르는 어려움도 많다. 남편 김씨는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어 벌이가 넉넉지 않다.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 쓰고 부인도 식당 일로 살림을 돕는다.
흥부네 아이들은 학습지나 과외를 모르고 산다. 12명의 아이들이 한창 먹을 땐 한달에 쌀 120~140㎏도 부족하다.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세워놓고 생활한다. 옷, 학용품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빵, 과자가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지 않는다. 셋째 영석(19)이는 제주도 수학여행비를 아르바이트 해서 직접 마련했고 둘째 영완(20)이는 장학금을 타서 학비를 해결했다. 부인 함씨는 고백한다.
“솔직히 부모가 무책임한거죠. 그래도 아이들이 부모 탓하지 않고 씩씩하게 우애있게 잘 자라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러워요.”
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을 일컬을 때 대개 ‘웬수’라 한다. 부모가 자식을 떠올릴 때 이만큼 정확한(?) 표현도 없을 듯 싶다. 웬수 같은 자식들이 자그마치 12명. 용인 흥부네 가족을 두고 더 이상의 딴지는 삼가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글_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사진_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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