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어주는 여자 - 남영희
작가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지금까지 늘 보이는 터쿠아즈 칼라의 변주는 작가의 기본 정서인 ‘우울’과 ‘그래도 희망’을 대변한다.
파랑과 초록의 중간색인 터쿠아즈는 우리와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머나먼 이국의 색이며, 차가움과 부드러움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이중적인 성격의 색이다.
근작들은 과거의 그것에 비해 좀 더 경쾌해졌는데 회색과 흰색의 적극적인 면 분할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 색을 배경으로 터쿠아즈의 사용은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의 구성에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는 긴장감을 부여한다.
작가의 자아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또는 세상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조심스럽지만 거침없이 바라보는-주제를 떠받치는 색의 선택과 표현에서 드러난다. 작품 속 터쿠아즈는 작가의 자아를 짚어내는 하나의 단서로 기능하면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비밀스러움을 상징한다.
난 지 삼칠일 만에 부친이 전쟁 전후 혼란기로 인해 행방불명이 되고 갓 스물 되던 해에 모친마저 잃었던 슬픈 과거-사실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가 있는 작가의 기본 정서는 ‘우울’이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강골의 면모를 제일 먼저 드러내었다. 아니, 다른 이들은 그에게서 ‘강함’을 먼저 느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그의 세상에 대한 여릿한 태도와 물기 어린 시선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작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가 늘 기억하고 있는 과거와 머물러 있는 현재의 몽타주인 셈이다.
아련한 동경의 대상인 이국의 배경이 일상의 느슨하거나 혹은 따뜻함과 공존하는 그림들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자기방어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개방적인 혼재된 감성의 매력적인 결과물로 관객에게 다가설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남영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2010. 10. 송파미술인상 수상 기념전/ 예송미술관
2010. 10. 현대아산갤러리 초대전
2006. 3. 가산화랑 초대전
외 다수의 초대전과 그룹전.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여류화가회, 홍익여성화가회, 숙란전, 송파미술협회, 화수회 회원
및 송파 여성문화회관 누드드로잉, 코스튬반 강사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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