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해수욕장, 주차 호객행위 횡포 여전 쓰레기처리비용·이용료 요구에 나들이 망쳐 현장속으로
29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앞.
서울에서 친구와 함께 을왕리를 찾은 김한성씨(34)가 해수욕장 인근 공터에 주차하려고 하자 맞은 편 식당직원이 다가와 “식사할거냐, 안할 거면 차를 대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인다.
김씨 일행은 나들이 기분을 망치기 싫어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하고 칼국수 등 간단한 점심메뉴를 주문하자 직원이 “주차를 한 손님은 조개구이나 회 정도는 주문해야 한다”며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김씨는 “주차할 거면 비싼 거 먹어야 한다는 식당이 세상에 어디있냐”며 “을왕리가 호객행위가 심한 걸로 악명높긴 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백용종씨(41)도 같은 시각 공터에 차를 주차하려다 식당 직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기분이 상한 백씨가 간신히 다른 빈터에 주차한 뒤 해변가에 텐트를 펴려고 하자 한 남성이 다가와 쓰레기처리비용과 이용료를 내야 한다며 1만 원을 빼앗듯이 가져갔다.
백씨는 “7월에는 강원도 낙산해수욕장에 다녀왔지만 텐트를 쳐도 이용료 내라는 사람은 없었는데 을왕리는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사람이 다가와서 다짜고짜 돈을 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괜히 가족들하고 쉬러왔다가 기분만 상했다”고 불평했다.
이처럼 모처럼만의 맑은 날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인천지역 해수욕장을 찾고 있지만 인근 상인들의 바가지 행태로 인해 관광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할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중구청은 근절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골머리만 앓고 있다.
나들이를 망친 관광객들은 이후 구에 상인들의 불법영업 행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지만 구로서는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차문제로 민원이 가장 많은 을왕리 해변 상가 공터의 경우 용유무의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개발계획에 포함된 자연녹지지역(임야) 및 공유수면이어서 신규 주차시설을 설치하기는 어렵고 상가번영회 등에 비양심적인 영업행태를 개선하도록 지시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구가 인천경제청과 협의해 해당 부지를 식당주차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표지판이나 시설물을 설치하고 피서객이 몰리는 해수욕장 개방시기에는 구가 상가번영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주차안내를 빌미로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할 수 없도록 상가번영회 등 유관단체에 강력히 지시했다”며 “위생업소 지도점검 등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