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히고 비 피해 ‘한숨만’… 도내 올들어 체불임금 134억여원 전년보다↑
“추석 보너스는 커녕 당장 공장을 돌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보너스는 바라지도 않으니 추석 전에 그동안 밀린 임금이나 받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영세 중소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명절이 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높은 대출 문턱에 중소기업들의 돈줄이 막힌데다 이들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에 있는 건축자재생산업체 S사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달갑지 않다.
S사는 이달초 수해로 사업장에 40㎝ 가까이 진흙이 쌓이면서 보름 넘게 공장가동을 중단, 12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도 정상가동이 안 되고 있다.
S사 B이사는 “지난 16일부터 일부 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상 가동까지는 아직 멀었고 매출도 없어 이번 추석 직원들 선물이나 상여금은 생각도 못하고 월급도 못줄 판”이라며 “은행에 대출도 신청해 봤지만 기존 대출도 있는데다 조건도 까다로워져 거절당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지역 중소기업대출 신용보증 잔액은 16조3천380억원으로 전달인 5월 16조3천768억원에 비해 388억원 축소되는 등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불근로자들의 근심도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남동공단 A중소기업에서 사무보조를 하는 S씨(여·45)는 최근 4개월째 600만원 가량 임금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추석까지 다가와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혼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S씨의 통장잔고가 점점 줄어 바닥 일보직전이기 때문이다.
S씨는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장의 말에 기다리고는 있지만 시장가서 반찬 살 돈조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추석 차례상이나 차릴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부고용지방청 조사결과 인천지역 체불 임금 규모는 올해 7월 기준으로 38억5천304만원(636명)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17억8천976만원(484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지역 체불임금도 올해 7월기준 134억1천159만원(2천559명) 상당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3억8천258만원(2천789명)보다 늘었다.
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소기업이나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집중 청산기간을 운영하면서 체불근로자들이 걱정없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진상·김미경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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