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이 잇따라 ‘공천 물갈이’ 관련 발언을 하면서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당 기획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구 지지율이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낮은 경우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며 “그래야만 한나라당이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다음주 최고위원회에 건의해 논의를 공론화할 계획”이라면서 “여의도연구소가 내년 1월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천에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나라당이 내년 공천에서 감동을 주려면 당의 ‘꽃밭’에서 대대적이고 혁신적인 물갈이를 하고 좋은 사람을 모셔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해, 대폭적인 영남권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획위원장은 중앙당직에서 정책위부의장·사무부총장보다 아래인 ‘중직(中職)’이지만 김 의원이 쇄신·소장파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같이 ‘물갈이 공천’이 발언이 인재영입위원장인 주호영 의원과 김정권 사무총장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사전에 홍준표 대표와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7·18대 공천 교체율이 40대 중반이었다”면서 “19대 총선에서도 대략 40% 중반대의 공천 교체는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김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창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에서 자기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연말연시가 되면 당 중진 중 불출마선언이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중앙당직에서 기획위원장의 상위직인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차명진 의원(부천 소사)도 이날 김 의원이 발언에 대해 일단 공감을 표했다. 차 의원은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 구분없이 영남권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의 승부처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물갈이 공천은 영남권에서 시작, 수도권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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